애초, 애당초
떠올리지 않으려 했다
낡은 레파토리 짜집기해 악써대며 불러봐야
그 또한 흘러간 옛 노래
내질러도 돌아오지 않는 그 노래
바람이 목덜미를 휘감고 돈다
가슴을 파고들던 바람이
발목을 붙들어 바닥을 뒤집는다
나를 수렁으로 빠트리기 위한
거대한 음모의 뿌리둥치
어디로 가나
어디로 가야 바람의 흔적을 지울 수 있을까?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고 쓴
폴 발레리와 오규원, 두 시인의 바람은
도대체 어디서 불어와 쌓였을까?
[누가 붙들다],북인,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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