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는 노래를 좋아하고 빛나는 것 좋아하고 수
수팥떡을 좋아해 도깨비는 힘이 장사고 긴 밤이든
짧은 밤이든 노는 것이 좋아 씨름 잘하는 둥근 어깨
를 가졌을 것만 같아요 말라깽이 도깨비는 없을 것
같아요라고
타령 시작하자마자 빼빼 마른 축 처진 어깨에 가
방 자꾸 흘러내리는
도깨비 지나갑니다
지나갑니다
심심하면 나랑 씨름합시다
가방 추슬러 올리며
도깨비 휘청 말라 고속버스터미널 유리문 어깨
로 밀며 야윈 나뭇잎과 마른 잔디 사이로 지나갑니
다 가방만 보이는 것 같다 방심하지 마세요 도깨비
대신 말해주고 싶네요 지나갑니다 계절 지나갑니다
이대로 떠나기에 마음 요란해
계절 바뀔 때
더 아픈 사람들,
아프면 많이 바쁠 텐데요
도깨비도 바빠요 막걸리 좋아하고 먹성도 좋아
전국 방방곡곡 안 가는 곳 없이 돌아다닙니다
지나갑니다
아픈 사람들 밤새 기침하잖아요
글쎄 잘 들어보세요 도깨비
비 맞은 중처럼 기침 따라 후렴하는데
왜 모른 척하나요
노래 좋다 해주시면 좋아할 텐데
앓느라 힘드시면 속으로라도
감탄해주시지
밤비에 자란
야윈 도깨비
오래오래 천천히 자랐답니다 그러느라
감투도 방망이도 잃어버렸지만 가방은 있답니다
흘러내린 가방 금은 보화 정말 들었나 붙들지 마세
요 열어보면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것 들어 있을 텐
데요 당신도 모르는 당신 원하는 것! 도깨비는 내
기 좋아합니다 당신을 걸고 씨름을 해야 한다고 가
방에서 하루 꺼내주겠다고 도깨비는 언제나 씨름할
마음 만만 장난칠 마음 만만! 거절하기 어려울 겁
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샅바를 잡아야 할 텐데요
아프면 도리 없죠 고단하죠 씨름이 다 뭔지 일어나
기도 힘들 수 있을 텐데요 그러나 도깨비 조화로 힘
날 겁니다 보세요 아픈 계절 사라지고 도깨비 불 무
성한 날 가방 안에서 봤나요 그때도 씨름 중이면 좋
겠네요 가방 속 당신이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응원
하겠습니다
[생 마음],현대문학,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