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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덜 굳은 길 / 김소연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26.06.17|조회수35 목록 댓글 0

며칠 동안의 야간 작업으로 몇 명의 인부들이

어렵게 닦은 길을 쉽게 갑니다

예전의 길들은 갈 수 없는 길도 아닌 채

딴길을 얹고서 밑으로 숨었습니다

새 길은 텅 비었고 지내온 시간도 비워냈습니다

 

슬픈 약솜이 환부를 닦을 때처럼

청아하고 사늘한 이런 길이 내게도 있었습니다

지나쳐온  짧은 길들을 새 포장하고는

질서정연한 차선들 그려놓지 않은

덜 굳은 길이 내게도 있었습니다

아무렇게나 부는 바람처럼 쉽게 지나가버린

바퀴 자국도 남아 있습니다

 

새 길은 덜 굳었고 옛길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길을 쉽게 갑니다

 

 

[극에 달하다],문학과지성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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