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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개 / 이정록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26.06.20|조회수49 목록 댓글 0

역재방죽 안에는

왜가리떼 가득하다

 

길 건너, 낡은 기와집은

땅값이 오르길 기다리며 개를 키운다

기차가 방죽을 지나갈 때마다

수캐들의 아랫도리가 쫄아붙는다

 

침만 흘리지 않는다면

죽은 것처럼 보일  것이다

파리 들끓는 개들, 축 늘어져 있다

 

이상하다, 쇠막대에 걸쳐 있는 개똥

방부제 범벅인

똥무더기에 곰팡이 피어오른다

 

뒷마당 대숲 뒤에는

洗心寺라는 절이 있다

 

방죽에 깔린 연꽃을 바라보며

뒤를 붙는 저 수캐는, 가마솥에

화물 열차를 닮은 척추뼈와

목탁 같은 머리통을 남기리라

 

갇혀 있는 게 아니라며

왜가리들이 연꽃을 차고 오른다

눈곱을 열고, 철둑 너머를 바라보는 젖은 눈

 

건널목,

차단기에 막힌 차마다 얖유리가 열리고

개 혓바닥 같은 얼굴이 나온다

흘레를 붙는 수캐들처럼

꽁무니 가까이 전조등이 켜진다

 

 

 

[풋사과의 주름살],문학과지성사,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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