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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앞 [고영민]

작성자joofe|작성시간26.06.23|조회수24 목록 댓글 0

시인 앞 [고영민]

 

 

 

 

꽃은 시인 앞에 와서 핀다

꿀벌은 시인 앞에 와서 날갯짓한다

잎새는 시인 앞에 와서 지고

군인은 시인 앞에 와서 담배를 꺼내 문다

흰 고양이는 죽는다

시인 앞에 와서

연인들은 시인 앞에 와서 입을 맞춘다

아이들은 시인 앞에 와서 뛰놀며

노인은 시인 앞에 와서 운다

 

누가 누구를 버린 걸까

무게를 못 견딘 나뭇가지처럼

 

누운 풀과 검은 돌들

긴 해바라기 꽃밭

 

 

            - 봄의 정치, 창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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