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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시]][신경림] 길

작성자카라|작성시간00.04.10|조회수289 목록 댓글 0




길을 가다가

눈발치는 산길을 가다가

눈 속에 맺힌 새빨간 열매를 본다

잃어버린 옛 얘기를 듣는다

어릴 적 멀리 날아가버린

노래를 듣는다




길을 가다가

갈대 서걱이는 강길을 가다가

빈 가지에 앉아 우는 하얀 새를 본다

헤어진 옛 친구를 본다

친구와 함께

잊혀진 꿈을 본다




길을 가다가

산길을 가다가

산길 강길 들길을 가다가

내 손에 가득 들린 빨간 열매를 본다

내 가슴 속에 퍼덕이는 하얀 새

그 날개 소리를 듣는다

그것들과 어울어진 내

노래를 듣는다

길을 가다가


詩.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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