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
수많은 선택으로 돋아진 자리
흐려 버려진 또 다른 선택 그 틈이
딛어 오른 지금 이곳에
오히려 더 다채로운 삶이 될 수도
어쩌면 산다는 건 마음의 빈틈을 산책하려 하는 것이려니
_해찬솔
<해설>
오늘 디카시 전경은 오래된 성벽을 인용한 미술작품입니다.
낡고 무너진 벽돌 틈에 자라는 이끼를 따라가면 낡아가는 ‘반가사유상’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반가사유상 몸에서도 이끼와 풀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곳 어딘가 빈틈이 있었던 거지요.
저는 이 작품에서 ‘시간의 흐름’을 읽습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시간의 방향을 거스를 수가 없습니다.
시간 안에 살며 수많은 선택을 합니다.
모든 선택의 결과가 지금의 바로 “나”입니다.
반가사유상은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민하며 깊은 생각에 잠긴 싯타르타의 모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의 생각과 선택은 그를 생로병사를 초월한 존재로 만들었지만,
우리는 어떻습니까? 여전히 생로병사는 물론 잡다한 문제에 휩싸여 삽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사흘쯤 잠만 자고 싶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 한다”라는 철학자 데카르트의 명제처럼
생각은 중요한 인간존재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오늘 디카시인은 마음의 「빈틈」을 만들어보라고 합니다.
헐거운 빈틈을 산책하는 것이 삶이라고 말합니다.
잠시 멈추어 틈을 사유해보십시오 그곳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9월은 산책하기도 생각하기도 참 좋은 계절입니다.
글_구수영/시인
해찬솔 시인
* 시사모.한국디카시학회 회원
* 시집 <사람의 꽃> 외 다수
구수영 시인
* 2018년 계간《시와편견》 등단
* 시집 『나무는 하느님이다』, 『흙의 연대기』 등
* 시집 『탑의 그림자를 소환하다』외 10권 공저
* 제1회 ‘한국자유시문학상’, 2020년 ‘시와편견 올해의작품상’
* 제3회 ‘천안문학상’ 수상
* 시를 사랑하는사람들 전국모임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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