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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시 한 편

없는 사람(이화은 시인)

작성자구수영k|작성시간26.06.09|조회수21 목록 댓글 0

없는 사람


이화은 시인


소파에 소파처럼 눕는다
TV 앞에서 TV처럼 종일 TV를 본다
장롱 앞에 장롱처럼 앉아 멍하니 한나절을 보낸다
가끔 가구가 되어보다가 요즘 자주 가구가 되는 중이다
가구의 무표정과 가구의 퓡화를 닮아가는 중이다
누군가 지나가다가 오래 켜져 있는 나를 말없이 끄고 간다
소파인 줄 알고 내 위에 털썩 앉기도 한다
덜컹 문을 열었다 닫았다 내 안에서 무언가 꺼내가기도 하는데
이때 가구는 일체의 질문을 하지 말아야 한다
아프다고 비명을 질러서도 안된다
가구는 철저히 가구다워야 한다
가끔 가구들이 사람처럼 얼굴을 찡그리거나 말을 걸기도 하는데
그럴 땐 쉿!
바람직한 가구의 자세를 일깨워주곤 한다
이 집안에서 요즘 내가 가장 TV답고
가장 소파답다
장롱은 벌써 알고 있다 내가 이미 장롱인 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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