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石花)의 노래’
천 년 침묵 틈새
돋아난 순백 음표 하나
神의 노래 되어
온 몸으로 밀어 올린
저, 숭고한 아리아
◆ 시작노트
우연히 마주친 완고한 침묵 속 경이로움.
감히 생명이 피어날 틈이란 존재하지 않아 보였던 천 년의 석벽(石壁) 틈새
석화(石花) 한 송이. 흙 한 줌 없이 죽음이 모든 것을 삼켜버린 듯한
그 거칠고 어두운 질감 위로 도저히 생(生)이 숨 쉴 수 없는 절대적 사지(死地)의
무거운 침묵 앞에서, 나는 석고처럼 발이 묶여버렸다.
거기, 순백의 돌꽃 한 송이.
흑암의 빗장을 지르고 단 한 점의 타협도 없이 솟아오른.
그것은 죽음의 틈새를 찢는 부활의 첫 소절이자,
가장 유약한 살결로 가장 단단한 바위를 깨부수는 위대한 퍼포먼스가 아니던가.
나는 이내 거대한 돌벽이라는 오선지 위에 얹힌 작고
눈부신 성소(聖所)의 악보를 뒤척이다 천 년의 적막을 깨뜨리는
‘순백의 음표 하나’를 경이롭게 읽어냈다.
그것은 온몸으로 생과 사를 내포하며 부활과 희망을 기약하는
형이상학적 상징이자, 인간의 언어를 초월한 신(神)의 노래였다.
이제 나는 그 고요하고도 웅장한 선율에 완전히 침잠하여,
흑암의 절망을 뚫고 들려오는 가장 숭고한 ‘아리아’에 귀를 기울여 본다.
이 디카시는 오직 저 완벽한 신의 독창곡을 온 마음으로 받아 적어 대변하는
작고 정제된 5행의 기도문이길 소망한다.
이 굴곡진 세상, 절망의 아픔들에게 바치는...
◆ 나병훈 시인 약력
- 2020 《수필과비평》평론활동시작
- 2026 《문학사계》문학평론 등단
- 문학평론집 [언어의 숲,사유의 길]
- 에세이집 ‘쌀과의 연애론1,’
- 칼럼집 ‘쌀과의 연애론 2’
- 동인디카시집 ‘감정계약서’ 外
- 생태디카시집 ‘거꾸로천지창조’
- 시사모·한국디카시학회 동인
- 한국디카시학회 전북지부장
- 글벼리 디카시문학회장
- NH 디지털 문학회장
- 전)온글문학, 씨글문학 편집장
출처 : 경남연합일보(http://www.gn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