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2 - 노송을 위하여
김희남
마른 솔가지 끝에 걸린 달
늙은 나무의 등걸을 타고 내리는 저 빛은
기억 속 오래전부터 품어 온 상처다
달빛이 하얗게 돋아나고
그 환한 구멍 속에서 마른 손이 보인다
허공을 찌르는 초록 바늘들
바람을 향해 일제히 펼쳐진 지문(指紋)
수액 마른 자리에 가느다란 달빛이 고이고
등줄기를 타고 빛이 미끄러지듯 내려온다
순식간에 달과 땅을 이어주는 한줄기 사다리
비틀린 몸통은 허공에 쓴 족보(族譜)
마디마디 꺾으며 견뎌 낸 세월 동안
밑바닥까지 악착같이 뻗어 내려간 기억들
번번이 푸르게 살아나 잠 속으로 들어온다
잠든 내 베갯잇까지 뻗어오는 소나무의 긴 그림자
가슴속에 깊이 박힌 결코 삭지 않는 옹이
달밤, 노송은 제 몸을 깎아 달로 가는 계단을 놓는다
올라설 때마다 서걱서걱 발려지는 살점들
허공에서 다시 나를 부르는 하얀 손
다음검색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유현숙 작성시간 26.06.21 김희남시인님
깊은 울림의 시심에 머물다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희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21 유 시인님! 고맙습니다. 편안한 주말 되시길~~**
-
작성자天風/임장규 작성시간 26.06.21 아버지 2 _ 노송을 위하여
아버지의 노송 그 깊은 헤아림과 그 사랑을
깊은 시심 잘 감상하고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희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21 임 시인님! 고맙습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
-
작성자佳詠/海雲김옥자 작성시간 26.06.21 처절하면서도 숭고한 생의 의지를 담아내신 노송의 모습...
귀한 시심 감상 잘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