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송(老松) / 김선균
산마루 끝 오래된 바람이 머무는 곳
세월의 등이 굽어도 쓰러지지 않는 몸으로
말없이 서 있는 노송 한 그루
나는 이제 어머니라 부릅니다.
젊은 날엔 몰랐던 그 깊은 푸름이
울음의 밤을 덮어 주던 이불이었고
내 걸음이 비틀거릴 때마다
등 뒤에서 버티어 주던 손길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늘 말없이 바람을 맞으셨고
눈보라를 견디시며 기쁨 대신
나의 내일을 먼저 키우셨지요.
노송의 껍질처럼 거칠어진 그 손끝을
나는 한때 세월의 상처라 여겼습니다.
그 모든 결은 내가 쓰러지지 않게 붙들어 온
기도의 자국이었다는 것을 압니다.
어느 날 산길 끝에서
그 노송을 올려다보다가
나는 문득 어머니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러자 한 줄기 바람이 가지 사이를 지나며
마치 “괜찮다” 하고 답하는 듯했습니다.
어머니 떠난 자리에
내 마음의 능선 위 한 그루 노송으로
당신은 여전히 서 계십니다
한결같은 그늘로
이제 나는 그 아래 서서
삶의 흔들림을 잠시 내려놓습니다.
ㆍㆍㆍㆍㆍ
나를 키운 것은 시간이 아니라
어머니의 묵묵한 푸르름이었습니다.
휭하니 바람은 지나가도
어머니의 그늘은 떠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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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수진 (桃園 김선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23 감사합니다.
삼라만상이 우리 인생과 많이 닿아 있지요. -
작성자天風/임장규 작성시간 26.06.21 세월의 등이 굽어도 쓰러지지 않는 몸으로
말없이 서 있는 노송 한 그루
나는 이제 어머니라 부릅니다.
그 어머님의 헤아림을 노송의 마음으로
고운 시심 잘 감상 하였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수진 (桃園 김선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23 감사합니다.
잘 보셨습니다. 누구나 다 그런 마음일 겁니다. -
작성자佳詠/海雲김옥자 작성시간 26.06.21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담아내신
노송의 깊이있는 면면의 심상 귀한 시심 감상 잘하였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수진 (桃園 김선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23 감사합니다.
불편하고 적적하시지요? 빨리 나으시고 얼른 나오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