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제 「노송」 역시 출품작 전반의 수준이 매우 높아 우수작 선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한 편 한 편마다 노송을 바라보는 시선이 각기 달랐으며, 오랜 세월을 견뎌온 생명의 강인함과 삶의 지혜를 깊이 있게 담아내어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특히 날로 발전하는 시인님들의 작품 세계와 표현력은 심사하는 내내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시감상
용원 시인님의 「노송」은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온 한 그루 노송의 모습을 통해 인간 존재의 수행과 인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감상된다. 시인은 절제된 언어와 간결한 이미지 속에서 노송이 지닌 생명력과 신비로운 기운을 담담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첫 첫연의 “와불 소나무 한 그루 / 지지대 목발을 짚고 고행길을 걷는다”는 표현은 매우 인상적이다. 노송은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오랜 세월을 견디며 수행하는 노승의 모습처럼 다가온다. 목발을 짚고 걷는다는 표현에서는 세월의 흔적과 불굴의 의지가 동시에 느껴진다.
이어 “송홧가루는 정처 없이 떠다니고 / 우듬지 솔방울 / 입을 열어 씨앗을 심연에 뿌려 댄다”는 구절에서는 생명의 순환이 아름답게 형상화된다. 늙은 나무이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을 품고 세상에 내어주는 모습은 노송의 숭고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특히 “황금빛 바다가 마음을 열고 / 영험한 소나무의 전설을 들려주는”이라는 부분은 노송을 신화적 존재로 끌어올린다. 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경건한 분위기가 형성되며, 노송이 지닌 영적 상징성이 더욱 깊어진다.
마지막의 “단출한 바랑 하나만 매고 / 외딴 섬 초분에서 서성거리는 / 노송 한 그루”는 작품 전체의 정서를 응축하고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세상 끝자락에 서 있는 노송의 모습은 인생의 황혼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과도 겹쳐진다. 외로움 속에서도 의연하게 서 있는 노송은 삶의 품격과 인내를 상징하는 존재로 다가온다.
용원 시인님의 「노송」은 한 그루 소나무를 통해 인간 존재의 수행과 생명의 순환, 그리고 세월의 깊이를 아름답게 형상화한 작품이라 하겠다. 절제된 시어 속에 묵직한 철학적 의미를 담아내며,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여운을 전해주는 시로 감상된다.
발행인 김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