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려서 부터 떡을 안 먹었다.
마을에 결혼식이 있으면 지금은 축의 금을 봉투에 담아 주지만
그 시절에는 돈이 귀한 때라서 쌀을 몇 되 동구리에 담아 부조를 했다.
그러면 대사를 치는 주인은 쌀을 담아 온 그릇에
이런 저런 떡과 고기를 담아 주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대사 집엘 갔다 오면
식구들이 동구리 앞에 둘러앉아 떡 잔치를 했는데
나는 어머니가 쥐어준 떡을 식구들이 다 먹도록 마냥 손에 들고 만 있었다.
그러면 맨 먼저 떡을 다 먹은 형님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원철아, 니 떡, 내가 보름달 만들어 줄까?"
"응"
"그러면 이리 줘 봐"
내 손에서 네모난 시루떡을 빼앗아간 형은 사방에 각진 부분을
베어 먹어서 정말 떡을 보름달 모양으로 동그랗게 만들어 주었다.
"와-- 정말 보름달이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면 형이 또
"이번에는 반달 만들어 줄까?"
"응"
그러면 반을 뚝 잘라 먹어서 반달 모양을 만들어 주었다.
"원철아, 이번에는 꿀 떡 만들어 줄까?"
그냥 떡을 어떻게 꿀 떡을 만들어 준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응, 꿀 떡 만들어 줘"
하면서 형에게 떡을 주었다.
그러면 형은 반 밖에 남지 않은 떡을 한 입에 털어 넣고는
"꿀 떡~ "
그렇게 삼켜 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대부분 아이들이 그 대목에서 속았다는 것을 알고 울음을 터뜨리겠지만
나는 처음부터 떡에는 미련이 없는 지라
그런 형이 마냥 재밌고 우스꽝스러워서 '헤헤~ ' 웃었다.
떡이나 밀가루 음식을 전혀 안 먹는 줄을 안 이호실은
가끔 나를 골탕 먹이려고 "청 요리나 먹으려 가자"며
중국 집엘 데려갔다.
그러면 나는 정말 끝까지 자장면을 안 먹고 만다.
굶으면 굶었지 밀가루 음식은 절대로 안 먹는 나였던 것이었다.
그걸 익히 아는 아내가 권행림 할머니 댁에서 라면을 퍼서
어른들께 돌리면서 내 눈치를 살폈다.
나는 아내에게 다른 소리 하지 마라고 싸인을 주면서
라면 한 그릇을 받아 들었다.
일주일이 아니라 보름 동안을 굶는 한이 있어도
할머니가 고맙다며 끓여주는 라면을 마다할 수는 없었다.
나는 아주 맛있게, 후루룩 국물까지 들어 마신 뒤
"1인분 더요 !"
그렇게 빈 그릇을 권행님 할머니에게 내밀었다.
아내가 저 양반이 어쩌려고 저러는가 싶어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처다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