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을 살아오면서 잊을 수 없는 말을 들은 적이 몇 번 있는데
그 첫 번째가 함평에서 살 때
새로 이사 와서 친해진 <김호>라는 동생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어느 날 그가 나에게 대끔 한다는 소리가
"형님 같이 목욕 갑시다"
라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껏 아내하고도 같이 목욕을 안 해 보았다.
그런데 그 동생이 같이 목욕을 가자는 것이었다.
생전 처음 들어 본 말로, 비록 그 날 같이 목욕은 가지 않았지만
그 말이 그토록 나를 감동 시킬 수가 없었다.
두 번째는 장애인들과 부안 원숭이 학교 견학을 갔을 때였는데
막상 도착을 해보니 얼마의 계단이 있어서 휠체어로는 올라갈 수가 없었다.
그 때 <임인숙>이라는 여자 분이
"제가 업어 드리고 싶어요"
라는 것이었다.
남자도 업기 힘든 나를 여자가 업겠다고 나서는 것도 그렇지만
"업어 드리고 싶다"는 것은 적잖게 나의 마음을 뜨겁게 했다.
얼마나 고마운 말인가.
의무적으로 어쩔 수 없이 업어줘야 할 경우가 있는데
그 분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서 "업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제 세 번 째의 경우가 김석기씨로부터 들은 말인데
그 날 밤 나는 다음 일정을 위해서 조의를 마치고 잠깐 유가족들과
음식을 나눠 먹은 후 곧바로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바닥에 앉았다가 휠체어에 올라앉는 나에게 김석기씨가 무릎을 꿇고서
"제가 구두를 신겨 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구두를 손에 집어 드는 것이었다.
그것은 흡사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겠다고
제자들 발 앞에 무릎을 꿇으신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나는 함께 사는 아내에게도 발을 맡겨 본 적이 없었던 터라
베드로처럼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절대로 안 된다고 사양을 했다.
"아닙니다.
할머니에게 형씨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그 은혜를 생각하면 이렇게 라도 해 드려야만 제 마음이 편할 것 같으니
부디 제 손으로 신발이라도 신겨 드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세상에 이런 난감한 일이 또 있단 말인가.
나 또한 고인에게 좀 더 잘해 주지 못한 것이 송구해서
하늘을 쳐다 볼 수 없는 죄인인데
내 어머니 같은 분에게 그토록 잘해 준 것을 생각하면 내가 도리어
결초보은(結草報恩) 해야 할 지경인데 나에게 신발을 신겨주겠다니.
나는 그 날 밤.
어쩔 수 없이 그 아름다운 사람의 손에 나의 발을 맡기고
두 눈을 감으며 다시 한번 할머니를 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할머니, 내 평생에 이런 호강이 있다니요
이토록 좋은 사람을 어찌 두고 가셨습니까..."
눈시울 붉어지는 것을 숨기기 위해 처다 본 밤 하늘에
무수한 별들만 반짝이고 있었다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어깨동무ㆍ 작성시간 26.06.18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성자여울 / 신현자 작성시간 26.06.18 세분 모두 말씀들이 한결같이
진정성이 느껴지네요
감동 하셨겠어요
세상에는 좋은 분들이
참 많으시네요 청계님을
비롯해서 고마운 분들이 가까이 많이 계시는것 또한 청계님이시기에
가능 하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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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어깨동무ㆍ 작성시간 26.06.18 모두 다
제게는 과분한 분들
지금 회장님도 그렇고요 -
작성자소랑/조 경애 작성시간 26.06.18 진실하고 착한사람만이 진정한 사랑을 행하는법
고운 마음들이 통 했군요
그토록 고운 청계님과 이 공간에 함께할수 있는것도 영광입니다.
저는 업어드리지도 못하고 구두를 신겨드릴수도 없지만
이렇게 온라인 공간에서 만큼은 변함없는 사람으로 남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풍경지키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9 귀하고 귀한 분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