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문학아카데미뉴스

[스크랩] 김진명 시인, 신작 시집 『생땅의 향기』 발간 -문학아카데미시선 327번

작성시간23.04.25|조회수26 목록 댓글 0

 

김진명 시인, 신작 시집 『생땅의 향기』 발간

 

 

존재의 근원을 형상화한 생명미학

 

동백보다 붉은 사랑의 시

대자연의 은총 생땅의 향기

 

김진명 시인은 인식의 시인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통해 강물처럼 흘러가는 무상한 삶 속에서 인연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연대와 연민의 자세를 강조한다.

고통의 흔적을 지닌 채 저마다의 “고독한 경전”을 써나가고자 하는 화자의 행로는 진정한 삶의 실재를 탐구하는 기나긴 여정으로 점철된다. 무상한 세월의 바람 속에서 때 묻고 변해버린 자신의 현실을 성찰하며 화자는 순수한 정화와 동심의 세계를 꿈꾼다. “질경이”와 “잡초”의 끈질긴 생명력을 찬미하며 지혜를 얻고 위로를 받은 화자는 대자연의 은총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한다.

혈육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은 “생땅의 향기” 가득한 고향을 그리워한다.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혈육의 사랑은 제사라는 의식을 통해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사랑의 정서로 승화된다. 이제 화자가 바라는 것은 찬란한 영감을 받아 가슴을 까맣게 태우고서야 얻게 되는 언어의 사리로서의 한편의 시, “동백보다 붉은 사랑의 시”를 쓰는 것이다. 김진명의 시가 더욱 진일보하여 존재에의 근원을 형상화한 생명미학의 원형에 도달하기를 기대한다. —고명수(시인, 전 동원대 교수)

 

▶프로필: 충북 충주 출생.

충북대 불문과 졸업 동국대 문예대학원 문창과 재학중

2017년 『한국문학예술』 등단

시집: 『빙벽』 『너에게 쓰러지고 싶다』『유목의 시간』『생땅의 향기』

수상: 2019년 강남문학상, 2021년 타고르문학상

▶연락처: E메일: jinmyung3585@daum.net

▶문학아카데미: 03084 서울시 종로구 동숭4가길 21, 낙산빌라 101호

tel) 764-5057 fax) 745-8516 ▶B5판·반양장 120쪽/ 값 10,000원

 

<시인의 말>

 

비가 내리자,

단단한 생땅의 원초적인 흙내음이

내게로 훅 밀려왔다.

숨가쁘게 미래를 향해 달려온 내가

아득한 과거에 가 있다는 것을 순간 깨달았다.

생명의 교리를 배웠고 내가 돌아갈 고향을 보았다.

가사도 악보도 없이 바람의 지휘아래

생명들이 순응하는 생땅의 품.

넉넉하고 그리운 품에 안기어

내 노래를 목청껏 부르고 싶었다.

미래와 과거 사이 화해할 수 없는 모순을 안고

생땅의 품으로 간다.

내가 돌아가야 할 생땅의 향기,

벌이 어찌 꽃향기를 잊으리오.

                                                                  2023년 초봄 햇살아래 김 진 명

 

차례

 

제 1부 잡초야 잡초야 막걸리 한잔 받아라

18 | 모닥불 시인

19 | 아버지의 등

20 | 등짐과 뱃짐

21 | 나의 짝사랑

22 | 너의 별이 되고 싶다

23 | 매듭

24 | 영감

25 | 잡초야 잡초야 막걸리 한잔 받아라

26 | 꽃병

27 | 시바구니

28 | 말줄임표

29 | 길을 걷는다

30 | 걸어가는 사람

31 | 계조암 가는 길

32 | 나와 이름이 같은 새

33 | 주름

 

제 2부 생땅의 향기

36 | 누이를 위한 씻김굿

37 | 푸른 고향으로 가고 싶다

38 | 백야의 문턱

39 | 거리의 행복

40 | 금오비렁길

41 | 항아리 생각

42 | 생땅의 향기

43 | 김삿갓 밥상

44 | 손과 발

45 | 어머니의 새벽기도

46 | 오죽헌 연가

47 | 칼의 운명

48 | 은행여고 동창회

49 | 참조기

50 | 탱자아가씨

51 | 탱자나무 울타리

 

제 3부 개구리밥꽃

54 | 돌아오지 않는 강물

55 | 덫

56 | 넝쿨산딸기

57 | 등 굽은 소나무

58 | 민들레 홀씨

59 | 갈대여 해를 품어라

60 | 양귀비

61 | 개구리밥꽃

62 | 산이 아침을 여는 풍경

63 | 눈부처

64 | 여름 오케스트라

65 | 질경이

66 | 천년을 자고 있는 돌

67 | 목소리가 새처럼 명랑한 여자

68 | 개기일식

69 | 제자리

 

제4부 시공을 두드리다

72 | 푸른 범종이여

73 | 가을 엽서

74 | 숨과 숨 사이

75 | 호랑이 선생님

76 | 생명의 눈빛

77 | 절세미인

78 | 말 한마디 1

79 | 말 한마디 2

80 | 그것은 인생

81 | 시공을 두드리는 못질

82 | 움직이는 꽃

83 | 비대면 사랑

84 | 동자승

85 | 겨울을 뚫고

86 | 고목의 종언

87 | 돌계단 같은 사람

88 | 보석

 

제5부 시인의 에스프리

90 | 고명수 해설

존재의 근원을 형상화한 생명미학

 

좋은 시

 

 

*모닥불 시인

 

 

깊은 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이

타닥타닥 불꽃으로 시를 쓰면

산도 강도 숨죽여 듣고 있다

 

산들바람의 리듬에 맞추어

솔 향 그윽한 언어가 춤추고

시간을 이탈하고 공간을 망각한다

 

바람이 잠들어 불꽃 사위어가고

불꽃들이 울먹울먹할 때

부엉이 울음소리에 놀란 불꽃들

 

다시 소나무 장작을 넣는다

꾸벅꾸벅 졸던 불꽃들 부활하고

불타는 나무의 아우성을 듣는다

 

나는 모닥불 앞에서 꼬박 밤을 태우고

가슴이 까맣게 숯이 되고서야

시 사리舍利 하나 나왔는지 뒤적거린다.

 

 

*생땅의 향기

 

 

이른 봄, 소가 밭을 갈 때 생땅냄새가 났다

마치 땅 속 깊은 곳에서 얼음이 사각사각하는

동치미를 꺼내 쭉 마실 때의 그 향기다

 

이른 아침, 쇠죽 쑤는 볏단에서 생땅냄새가 났다

퇴근하신 아버지의 하얀 봉투 속

앗 뜨거 앗 뜨거 군고구마 그 향기다

방과 후 어둑해져야 돌아 온 막내 머리에서도

들에 갔다 돌아오신 어머니의 품에서도

살아생전 잊을 수 없는 그 향기가 났다

 

땅은 내가 돌아가야 할 고향

고향집 문틈을 넘어오는 생땅의 향기

벌이 꽃향기를 따라가듯 어찌 잊으리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