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열
큰엄마네 집은 윗마을
우리 집은 아랫마을
초여름 따끈한 볕을 등에 지고
단발머리 소녀는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을 매단 채
언덕길을 달려가곤 했었다
장독대 옆 풍성한 초록 잎들 사이로
빨간 아기 얼굴 같은
앵두들이 빼꼼 빼꼼
내다보며 웃고 있으면
소녀는 벌써
달콤새콤한 그 맛을 떠올리며
입안 가득 침부터 고이곤 했다
" 이렇게 더운데 또 앵두 먹고싶어 왔구나
저기 마루에 가서 부채질 하고 있어라"
잠시 후에
영화배우처럼 예쁘던 사촌 큰 언니가
토실토실 빠알간 앵두를
두 손 가득 올려주고
천천히 먹고 놀다가 시원해질때
집에 가라며 어깨를 쓰다듬어주던
그 언니는 지금 어떻게 변해 있을까
큰 엄마의 옛 집 에는
소녀가 좋아하던 앵두가
아직도 빨갛게 익어가고 있을까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