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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 시집 <풍경> 대표시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4.03.23|조회수43 목록 댓글 0

붉은 입술 외 1편

 

 

 

횟집 앞을 지나다가

붉은 입술의 생선을 보고 발을 멈췄다.

주둥이로 유리 벽을 치다가

나를 빤히 보고 있는

방어의 눈이 바다를 닮았다.

날렵하게 뻗은 꼬리지느러미를 휘두르며

창해를 누볐을 고기 한 마리,

좁은 수족관에서 유리 벽에 부딪쳐

퉁퉁 부은 빨간 입술 내밀고

바깥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벽을 느끼지 못하는 애달프고도 슬픈 유혹,

언젠가 보았던 유리 벽 속에 진열된

붉은 입술의 기원 같은 풍경이 비친다.

바다도 하늘도 유리 벽 같은 세상,

섬으로 귀양 온 것 같다고 했더니

팔자 좋은 휴양이라고 코웃음 치는 뭍사람들처럼

함께 놀아보자 농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뻐끔뻐끔 숨을 피우며 종말을 예고하는

유리 벽이 입조차 막는다.

파도 소리만 새기고 있는 부둣가,

비릿한 길목의 물빛 속으로

노을이 스며들고 있다.

 

 

 

 

프시케, 날갯짓

 

 

 

당신은 나의 혼이었다 하지요.

반짝이는 영혼이 나비처럼 내게로 옵니다.

궂은비 내려 날개가 젖습니다.

프시케, 아픈 나의 사랑이 됩니다.

이 사랑을 그대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사랑의 무게가

그대에게 짐이 될까 두려워합니다.

비는 또 내리고 있습니다.

온 허공을 다 적시고 있습니다.

당신과 손을 잡고 그 빗속에 있습니다.

비는 슬픔이었다가 아픔이 됩니다.

다시는 비가 슬픔이 되지 않는 그런 날들 속에서

언제나 당신과 함께 하는 사랑이고 싶습니다.

당신과 함께 우산 하나 속에서 포근한

그런 사랑이고 싶습니다.

빗속에서 날아오는 날갯짓의

운명 같은, 그런 우산 하나를 갖고 싶습니다.

비가 내려도 젖지 않는

마음 깊숙이 우산대를 세우고

고운 눈빛 하나하나에 우산살을 붙입니다.

당신의 미소처럼 맑은 천도 덮습니다.

든든한 지붕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이 사랑만 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반짝이는 당신의 날갯짓으로

온 세상이 다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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