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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미 시집 󰡔몇 방울의 찬란󰡕 대표시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4.03.25|조회수47 목록 댓글 0

설악

 

 

 

깊은 계곡, 굽이굽이

은물결 소리로 천릿길 뒤척이는

백담의 밤

 

소소한 달 그림자에 붙들린

눈망울 하나

 

눈잣나무들이 푸른 무현금을 켜는

홀로 그득한 밤

 

어둠이 둥지를 튼 능선에 쌓인

울울창창한 적막 아래

 

서리 내린 눈썹인 듯

달빛 한 줌

 

먼 그리움의 저쪽으로

사그락사그락

 

 

 

 

 

 

구름 노숙

-추전역

 

 

 

만약 새가 되어 날 수 있다면

 

눈과 귀를 씻고 새털구름의 친구가 되어

길고 긴 청강淸江에서 시나브로 흐르고 싶어

 

높푸른 하늘에 가장 가까운 곳

눈꽃 열차를 타고 흩날리며 갈 수 있는 곳

 

멀리 산 첩첩 능선 너머 불어오는

서리꽃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다

 

쉬엄쉬엄 오랜 누추를 활짝 말릴 수 있는

가끔 노루가 쪽잠을 자고 빗방울들이 스치듯 머무는

 

햇살과 별빛과 바람이 단골손님인 곳

내 안의 수많은 나, 눈부시게 소멸되는 곳

 

마음 한 자락 두둥실, 하루가 천년인 듯

온갖 시름 사라지는 구름 여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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