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깊은 계곡, 굽이굽이
은물결 소리로 천릿길 뒤척이는
백담의 밤
소소한 달 그림자에 붙들린
눈망울 하나
눈잣나무들이 푸른 무현금을 켜는
홀로 그득한 밤
어둠이 둥지를 튼 능선에 쌓인
울울창창한 적막 아래
서리 내린 눈썹인 듯
달빛 한 줌
먼 그리움의 저쪽으로
사그락사그락
구름 노숙
-추전역
만약 새가 되어 날 수 있다면
눈과 귀를 씻고 새털구름의 친구가 되어
길고 긴 청강淸江에서 시나브로 흐르고 싶어
높푸른 하늘에 가장 가까운 곳
눈꽃 열차를 타고 흩날리며 갈 수 있는 곳
멀리 산 첩첩 능선 너머 불어오는
서리꽃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다
쉬엄쉬엄 오랜 누추를 활짝 말릴 수 있는
가끔 노루가 쪽잠을 자고 빗방울들이 스치듯 머무는
햇살과 별빛과 바람이 단골손님인 곳
내 안의 수많은 나, 눈부시게 소멸되는 곳
마음 한 자락 두둥실, 하루가 천년인 듯
온갖 시름 사라지는 구름 여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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