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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는 위치/ 강경애 시인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4.03.26|조회수46 목록 댓글 0

세상을 읽는 위치

 

 

 

 

  필로파포스 언덕* 위 숲속 동굴 앞에서 초로의 한 남자 긴 수염에 반라의 차림으로 가부좌 틀고 공중 부양하고 있다 그만한 높이라야 세상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는 듯 생각에 잠긴 모습, 깊은 심연 속이다

 

  돌로 된 원기둥의 높은 꼭대기에서 공중 고행을 했다는 시리아의 은자 시메온처럼 깨달음을 얻으려는 고행인가, 광신에 몰입하는 고행인가

 

  주위의 초록을 모조리 빨아들인 듯 짙푸르게 떠 있는 그,

 

  그도 동굴에 갇혔다가 독배를 마시고 떠난 누군가처럼 시공을 넘나드는지 나무숲 사이로 비쳐 드는 흰빛이 무언의 나뭇잎을 흔들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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