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게 속 신음
물도 없이 혼자 찌든 냄비를 씻는다.
손등으로 바닥을 박박 긁어대는 고통
붉은 핏물이 사정없이 뚝뚝 흘러내려
사막화로 늙고 찌그러진 채 덜컹덜컹
깊은 한숨만 뒤척거리는 베개 속 신음
가시덤불로 몰려가도록 커가는 망상들
슬픔 잃어버려 잠들지 못하는 배고픔
위태로운 날 끝에 서 텅 빈 몸뚱어리
기쁨도 없이 서서히 독방에 내려앉는
나이, 깊을수록
왜 그리도
웅덩이에 빠져서 쪼르륵 홀로 우는가?
먹구름 갈증
빗물은 하늘에서 떨어진 기초선
땅은 위를 먹고 마셔야 하는 일
땅만 보고 먹고 마시며 사는 삶
병을 스펀지처럼 스며들게 하네
하늘에서 먹구름 갈증 일으키면
목구멍부터 타들어 가는 몸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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