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질서
실핏줄처럼 퍼져나가는 물줄기
물길 따라 생명이 모여드는
아프리카의 척추 콩고 강
거친 물살을 헤치며 급류를 따라
고기를 잡는 와게니아족
이들의 핏줄엔 강이 흐른다
큰바람이 큰새를 부르듯
거친 물살일수록 큰 고기가 모여든다
이들은 큰 고기를 잡기 위해 저의 목숨을 강에 맡긴다
물의 왕국에서는 물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이 질서를 거스를 수는 없다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되면
사람도 물고기도 물을 따라 이동한다
하늘도 강도 불을 지핀 듯
타오르는 석양빛에
새들의 날개도 불덩이를 끌고 간다
만장처럼 펄럭이는
저 거룩한 삶
그 풍경이 자꾸만 사무쳐 올 때,
내 핏줄 속을 흘러가는
유목의 길, 이토록 멀리서 뜨겁게 타오르는
비결
살구 익을 때 놀러 오라던 집안 먼 친척 오빠는 여자 둘을 데리고 위 아래층에 산다. 둘은 시장도 같이 다니고 부엌에도 같이 들어간다. 다투는 일 없이 잘 사는 모습을 보고 집안 언니 오빠들 혀를 내두르며 그 오빠 대단하다고 어찌 여자를 다루기에 끽소리 한마디 없이 형님 아우하며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지 그 비결을 자못 궁금해 한다. 집안 애경사나 명절 때도 두 부인을 데리고 온다 나쁜 놈이라고 욕하는 이 없고 참 대단한 능력자로 다들 부러워하는 눈치다 마음을 저울에 달수도 없고 더 가고 덜 가는 것 없이 똑같이 나누는 그 오빠만의 셈법이 참으로 놀랍다
한소운 시인
1998년 예술세계 등단
시집 『그 길 위에 서면』『아직도 그대의 부재가 궁금하다』
『꿈꾸는 비단길』
예술기행집 『황홀한 명작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