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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질서 외 1편/ 한소운 시인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4.04.02|조회수32 목록 댓글 0

 

물의 질서

 

 

 

실핏줄처럼 퍼져나가는 물줄기

물길 따라 생명이 모여드는

아프리카의 척추 콩고 강

거친 물살을 헤치며 급류를 따라

고기를 잡는 와게니아족

이들의 핏줄엔 강이 흐른다

큰바람이 큰새를 부르듯

거친 물살일수록 큰 고기가 모여든다

이들은 큰 고기를 잡기 위해 저의 목숨을 강에 맡긴다

물의 왕국에서는 물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이 질서를 거스를 수는 없다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되면

사람도 물고기도 물을 따라 이동한다

하늘도 강도 불을 지핀 듯

타오르는 석양빛에

새들의 날개도 불덩이를 끌고 간다

만장처럼 펄럭이는

저 거룩한 삶

그 풍경이 자꾸만 사무쳐 올 때,

내 핏줄 속을 흘러가는

유목의 길, 이토록 멀리서 뜨겁게 타오르는

 

 

 

 

 

 

비결

 

 

 

 

 

 

  살구 익을 때 놀러 오라던 집안 먼 친척 오빠는 여자 둘을 데리고 위 아래층에 산다. 둘은 시장도 같이 다니고 부엌에도 같이 들어간다. 다투는 일 없이 잘 사는 모습을 보고 집안 언니 오빠들 혀를 내두르며 그 오빠 대단하다고 어찌 여자를 다루기에 끽소리 한마디 없이 형님 아우하며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지 그 비결을 자못 궁금해 한다. 집안 애경사나 명절 때도 두 부인을 데리고 온다 나쁜 놈이라고 욕하는 이 없고 참 대단한 능력자로 다들 부러워하는 눈치다 마음을 저울에 달수도 없고 더 가고 덜 가는 것 없이 똑같이 나누는 그 오빠만의 셈법이 참으로 놀랍다

 

 

 

 

한소운 시인

 

1998년 예술세계 등단

시집 『그 길 위에 서면』『아직도 그대의 부재가 궁금하다』

『꿈꾸는 비단길』

예술기행집 『황홀한 명작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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