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서랍이 있는, 여인* 외 1편/ 박산하 시인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4.04.07|조회수51 목록 댓글 0

서랍이 있는, 여인* 

 

 

 

뱀은 이마를 찢고 나올 땐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놀러 와, 할 때마다

없는 팔뚝에 고드름이 달그락거린다

 

자두 익은 단내가 난다

율마를 쓰다듬을 때 나오는 향처럼

 

허리, 가슴, 배꼽, 이마

잘려나간 어제 또는 내일같은

움찔할 때면

세모눈을 가진 뱀이 달그락거리고 있다

 

꽃을 태운 연기가 피어오르고

미처 타지 못한 연기에 눈물이 날 때도 있지

서랍, 모서리로 기우는

 

허브카페에서 뱀이 웃는 걸 본 적 있어

털실뭉치 풀리듯 제 몸 한 광주리 풀어놓고

건너편 서랍을 당기고 있었지

서랍이 잘 풀렸는지는 여태 잘 알 순 없지만

 

눈이 마주칠 때, 등엔 유성이 지나갔어

웃음이 차가웠지만 갈라진 혀 사이론 약간의 온기가 돌더라

 

뱀은 밑변만 늘어나서 세모꼴 눈이 되었다지

이마가 가려울땐 세모, 꼭지점 하날 찢어야 했을거야

 

, 눈을 감고도 그 서랍 한번 열어보고 싶었어 얘

 

 

* 살바도르 달리, 서랍이 있는 밀로의 비너스, 1936. 변용

 

 

 

 

 

어떤 토르소

- 삼릉곡 석조여래좌상을 돌아보다가

 

 

 

, 괜찮다 괜찮다 어깨를 펴는

커피 한잔으로 밤은 묽어진다

 

바람에 순종한 시간들

얼굴 쓰윽 닦으며 널브러진 어둠을 추슬러봐도

, 얼굴이 없다

 

꽃 피지 않아도 꽃잎 열리는 소리 들을 수 있다,

노을 몇 자락쯤 잡을 수 있다 주문을 걸며

돌을 파고 파도

나는 목이 떨어져 있다

 

심장 먼 곳부터 가라앉다가

덜컥거리는 관절, 흙에 가까워지고

 

송홧가루 쌓인 등허리 한 귀퉁이 이끼 돋아나고

뼈 없는 벚꽃이 저리 서리는 걸

 

그려그려

머리 하나쯤 없어도 몇 겁의 풍경쯤 읽을

 

길 나서지만 언제나 물컹한 안갯속

가슴 한 올 풀지 못한

 

, 어디로 가고 있지?

왜 여기 빈 머리로 앉아 있지?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