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이 있는, 여인*
뱀은 이마를 찢고 나올 땐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놀러 와, 할 때마다
없는 팔뚝에 고드름이 달그락거린다
자두 익은 단내가 난다
율마를 쓰다듬을 때 나오는 향처럼
허리, 가슴, 배꼽, 이마
잘려나간 어제 또는 내일같은
움찔할 때면
세모눈을 가진 뱀이 달그락거리고 있다
꽃을 태운 연기가 피어오르고
미처 타지 못한 연기에 눈물이 날 때도 있지
서랍, 모서리로 기우는
허브카페에서 뱀이 웃는 걸 본 적 있어
털실뭉치 풀리듯 제 몸 한 광주리 풀어놓고
건너편 서랍을 당기고 있었지
서랍이 잘 풀렸는지는 여태 잘 알 순 없지만
눈이 마주칠 때, 등엔 유성이 지나갔어
웃음이 차가웠지만 갈라진 혀 사이론 약간의 온기가 돌더라
뱀은 밑변만 늘어나서 세모꼴 눈이 되었다지
이마가 가려울땐 세모, 꼭지점 하날 찢어야 했을거야
난, 눈을 감고도 그 서랍 한번 열어보고 싶었어 얘
* 살바도르 달리, 〈서랍이 있는 밀로의 비너스〉, 1936. 변용
어떤 토르소
- 삼릉곡 석조여래좌상을 돌아보다가
난, 괜찮다 괜찮다 어깨를 펴는
커피 한잔으로 밤은 묽어진다
바람에 순종한 시간들
얼굴 쓰윽 닦으며 널브러진 어둠을 추슬러봐도
나, 얼굴이 없다
꽃 피지 않아도 꽃잎 열리는 소리 들을 수 있다,
노을 몇 자락쯤 잡을 수 있다 주문을 걸며
돌을 파고 파도
나는 목이 떨어져 있다
심장 먼 곳부터 가라앉다가
덜컥거리는 관절, 흙에 가까워지고
송홧가루 쌓인 등허리 한 귀퉁이 이끼 돋아나고
뼈 없는 벚꽃이 저리 서리는 걸
그려그려
머리 하나쯤 없어도 몇 겁의 풍경쯤 읽을
길 나서지만 언제나 물컹한 안갯속
가슴 한 올 풀지 못한
난, 어디로 가고 있지?
왜 여기 빈 머리로 앉아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