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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를 입자고요/ 이승예 시인

작성자홍혜향|작성시간24.04.09|조회수42 목록 댓글 0

 

청바지를 입자고요

 

-3월 아쿠아마린

 

8시부터는 청바지를 입자고요

손으로 푸른빛을 비벼대는 밤이면 어떻겠어요

12시면 어떻겠어요

12시는 가장 깊은 바다여서

누군가 밤을 비벼 빨아서

색깔이 해져 새벽이 오는 겁니다

물결이 짙게 잡힌 해변을 입고

당신과 걷는 행동은 왜 이토록 딱딱할까요

딱딱하다는 말은 실수일까요?

밤은 부드럽습니다

나의 편견입니다

화가는 바닷물을 퍼다 손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주름잡다 찢어진 청바지 사이로

밤바다를 보자고요

찢어진 곳으로 손가락을 넣으면 어떻겠어요

밤바다를 손가락에 끼고

8시에 만나자고 하면 어떻겠어요

손으로 손을 비벼대는 약속이면 너무 뻔한가요?

약속 시간을 12시로 잡으면

바다를 벗겨 파도 쪽으로 새벽을 끌어당길 수 있습니다

수백 번 찢고 수백 번 물에 담갔던 청바지

찢어진 바다를 입어보자고요

2024 월간 모던포엠 작품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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