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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강/ 이창하 시인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4.04.13|조회수33 목록 댓글 0

검은 강

 

 

 

 

달빛도 희미한 들판으로 흘러가는 수로 속

이리저리 부딪히며 어둠이 흘러간다

 

검은 뱀이 밤처럼 울고 있는 흑강이

어머니의 뱃속 강물 소리처럼 울리고 있다

검은색은 모든 색의 고향일까

생의 시작이 검은 곳이었고

저기 흘러가는

강의 물결이 어머니 곁으로 가는 길이라면

어머니의 뱃속도 어둠처럼 포근한 곳이 틀림없을까,

 

밤새 뱀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고

자정이 지나고 새벽이 되어 절정에 다다라서야

어머니의 노래 같은

긴 여정이 잠잠해질 수 있었다

 

그동안 곳곳에

실낱처럼 흩어져 있던 것들이 흑강의 겨드랑이를 향해

끝없이 모여들었고

여전히 어미 뱀의 울음소리를 흉내를 내고 있었으니

저것도 분명 어떤 집안의 서사(敍事)가 분명하여

내 몸속의 온갖 감각 기관들이

저 길고 검은 뱀을 향했던 뜻은

그들이

어머니의 세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었을까,

 

 

이창하(특별회원)

2023년 하반기호(통권111) 스토리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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