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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뽈깡 시집 「그 새는 새장이 구워준 빵으로 일생을 산다」대표시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4.04.17|조회수26 목록 댓글 0

나무젓가락 1982

 

 

 

 

허기 주워 먹는 존재는 지상의 무엇인가.

 

밥집 밥상 위 파리, 날기보다 기어 다닌다.

깃발 없는 깃대처럼 더듬거려대는 척추.

덮어주는 체온 후하기로 소문난 햇빛

훔쳐 걸칠 새도 없이 입동立冬이 우거진다.

엉성하게 깔고 앉은 밑자리 푹해지게

헛방귀라도 빚어서 뿌려댈 참으로

엉덩이가 푸드덕거릴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뽑아내는 것같이

어깻죽지에선 깃털이 움큼 떨어져 내린다.

마저 벗어 던져버린다. 마음의 파편들,

붙들 수 없는 그것들 낙엽 되어 뒹굴 때

더없이 바람이 불어준다. 그때다.

반죽 밀어대는 걸음걸이 어느 미니스커트

허벅지가 식빵을 자꾸 구워대다니.

헛발이 사정없이 꼬르륵거린다. 때문에

두 다리가 나무젓가락 되어 허기를 줍는다.

 

지상의 존재가 된 것, 기억이 기게 된다.

 

 

 

 

 

 

 

 

 

 

 

 

 

 

 

두통 전시회

―절개지에서

 

 

 

 

뿌리는 곳간을 짓지 않는다.

 

이 어리석은 고집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언제

어떻게 잘려 나갈지 몰라

잠 이루지 못하는 나무그루.

그의 품에 깃들어 뒤척거리는 이파리들.

더욱이 다루기 어려운 색깔인 어둠

그 짙은 채도에 익숙히

깃든 불면. 그

무거운 질량 실어 나르는 노역 자처하는 바람.

덕분에 무질서해진 뇌리.

몽유의 미로같이 내걸린 거미줄들.

 

나는 다르다 다르다

하겠지만 그것 속에 있으면 나도 그것이다.

 

정신 곳간에 쌓인 재산은 지독한 두통이다.

마음 사슬에 묶여 날지 못하는 언덕

비탈에 사로잡혀 결국 조각조각 흘러내린다. 덩달아

뭉개진 계단들

내면의 변경에 세운 단면으로 모여든다.

아찔한,

그 중심이 멀미 난다.

무척 어지럽고

먹먹하고 무지근하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도 나는 건너가야 한다, 건너가고 말 것이다.

디디는 발걸음이 자꾸 미끄러진다.

 

상흔이란 벽장에 숨긴 와인 꺼내어 들이켜대고

만취 잔재주 부리며 쫓아다니는 잠꼬대.

 

신은 바보계의 일인자다.

그리고 나는 그 뒤를 잇는 이인자다.

 

은 복습한다. (이어짐)

무척 짙다. 눈을 틀어막아도 비집고 날아드는 존재

이 지구는

푹 기울어진 눈빛으로 작동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핀다, 피워본다.

지하에서 지상 하늘 우주까지

통틀어 흔들리지 않고 실하게 타오르는 빛.

그렇다. 그 이름

한 불꽃이

불면이라는 끽연 너머로 던져버린

재떨이 같은 숲속 방죽에

별로인 걸 별로 타오르게 하려고 앓아댄, 오랜 두통

유성 한 톨 재를 턴다.

 

미소가 걸어 나간다.

 

한껏 뚜벅거린다, 칡덩굴 칡꽃.

 

 

 

 

 

 

 

 

 

 

 

 

 

 

 

 

 

 

 

 

 

 

 

 

프로필

2002년 가을부터 현대시 신인추천작품상 당선으로 작품활동.

수주문학상.

시집 「그 새는 새장이 구워준 빵으로 일생을 산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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