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가배嘉俳
― 인사동 찻집에서
참 이상하지
독한 사람은 줄곧 독하고
착한 사람은 계속 착하고
사무적인 사람은 주야장천 사무적이고
도통 올 것 같지 않은 사람은 오지 않고
보고 싶은 사람은 아직도 보고 싶고
아픈 사람은 괜찮다고 하지만 아프고
가시 돋친 사람은 뽑아주고픈 가시가 달렸고
잃어버릴 것도 찾을 것도 없이 흔들리지 않고
누웠다가 일어서다 다시 눕게 되고
딱새는 머리 위에서 시끄럽고 화살나무는 붉게 웃고
아이들은 저만치 뛰어가고
안부
잘 지냈나요?
나는 아직도 봄이면서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그래요, 근래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합니다
달이 ‘지는’ 것, 꽃이 ‘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
잘 늙는다는 것은 잘 지는 것이겠지요
세계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읊조립니다
당신이 보낸 편지 속에 가득한 혁명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당신에게 답장을 합니다
모쪼록 건강하세요
나도 당신처럼 시를 섬기며 살겠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부끄럽지 않게 봄을 보낼 겁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다음 계절을 기다리겠습니다
윤진화 시인 약력
200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우리의 야생소녀』 『모두의 산책』 『함께 춤을 추어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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