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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희 시집 『눈 오는 날의 염소』 대표시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6.06.07|조회수26 목록 댓글 0

라 쿰파르시타

―뿌리박기

 

 

파초가 제 꽃 빛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놀랐지만 강물 오래 바라보다 나무가 되었다 두 팔은 나뭇가지 되고 손바닥에 잎맥 선명해졌다 중랑천 줄기 따라 목백일홍들이 강물에 가지를 세운다 맑은 날엔 왜가리가 목 세워 근원의 물음표를 던지고 그림자로 달리는 자전거 옆 오리 부부가 커다란 물 주름을 만들며 지나간다 새끼 오리 뒤로 작은 삼각형의 물 주름이 따른다 잘 걸어간 길이 물살을 넓힌다 시들지 않는 물결 따라 바른 걸음으로 걸어갈 뿐이다 길은 어디에나 있다고 지나가는 개미가 발끝 간질이지만 가만 눈을 감는다 오래 서 있다 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느새 몸이 강줄기에 닿아 있다

 

 

 

 

토마토론(論)

 

 

 

피비린내다

 

눈앞 번쩍하더니 눈물 솟구친다

 

급히 베어 문 붉은 문장들

 

무심코 살지 말라며 한 방 날린다

 

생살 너덜거린다

 

방방의 씨앗들

 

왈칵 아린 말을 쏟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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