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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링스톤/ 이주송 시인

작성자홍혜향|작성시간26.06.07|조회수79 목록 댓글 0

롤링스톤

 

 

 

굴러 본 적 있나요

엄마는 세상을 잘 구를 줄 알아야 한다고 하죠

시장통에서 학교에서 놀이터에서

심지어 계단에서도

커피숍과 술집이 많은 우리 동네는

엄마가 하루에 열두 번도 더 굴러다니는 곳이에요

세상은 굴러야 산다며

그네처럼 흔들리다가

발끝에 채인 돌멩이를 힘껏 차기도 해요

초침이 숫자판을 구르듯

목적지 없는 생

그러면은 그렇지만이 되고

그렇지만이 수시로 그럼이 되는 요즘인데

당신은 어디에서 굴러먹다 왔나요

눈을 잘 굴려야 세상이 굴러 들어오죠

목소리라도 아니, 이 빠진 접시라도 굴려보세요

바람이 몹시 불고 엄마가 숨죽여 울던 밤

마당 귀퉁이 돌배나무가 걸어 나가는 걸 봤어요

나무는 한곳에 오래 서 있지 않아요

모두가 잠든 사이 고요히 건너가죠

낙과가 구르고 나뭇가지도 제 몸을 부러뜨려 구르지요

나에게서 혹은 당신에게서

달도 점점 먼 쪽으로 굴러가는데

모난 것들은 다 동그라지고 싶어 해요

엄마도 원만한 사람이었어요

이 말에도 허허, 저 말에도 허허

그럴 때마다 동네 모서리는 닳아 번들거렸지요

엄마의 귀가가 늦어지네요

이런 날엔

책상에 엎드려 볼펜을 굴리기도 하고

옥상에 올라가 개밥바라기를 바라보기도 해요

하루가 속절없이 또 하루를 밀고 가네요

 

 

 

2026 월간 모던포엠 6월호 연재시

 

 

이주송 시인

2020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식물성 피』.송수권 시문학상. 젊은시인상. 평택 생태시 문학상. 아르코창작기금 발표지원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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