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스톤
굴러 본 적 있나요
엄마는 세상을 잘 구를 줄 알아야 한다고 하죠
시장통에서 학교에서 놀이터에서
심지어 계단에서도
커피숍과 술집이 많은 우리 동네는
엄마가 하루에 열두 번도 더 굴러다니는 곳이에요
세상은 굴러야 산다며
그네처럼 흔들리다가
발끝에 채인 돌멩이를 힘껏 차기도 해요
초침이 숫자판을 구르듯
목적지 없는 생
그러면은 그렇지만이 되고
그렇지만이 수시로 그럼이 되는 요즘인데
당신은 어디에서 굴러먹다 왔나요
눈을 잘 굴려야 세상이 굴러 들어오죠
목소리라도 아니, 이 빠진 접시라도 굴려보세요
바람이 몹시 불고 엄마가 숨죽여 울던 밤
마당 귀퉁이 돌배나무가 걸어 나가는 걸 봤어요
나무는 한곳에 오래 서 있지 않아요
모두가 잠든 사이 고요히 건너가죠
낙과가 구르고 나뭇가지도 제 몸을 부러뜨려 구르지요
나에게서 혹은 당신에게서
달도 점점 먼 쪽으로 굴러가는데
모난 것들은 다 동그라지고 싶어 해요
엄마도 원만한 사람이었어요
이 말에도 허허, 저 말에도 허허
그럴 때마다 동네 모서리는 닳아 번들거렸지요
엄마의 귀가가 늦어지네요
이런 날엔
책상에 엎드려 볼펜을 굴리기도 하고
옥상에 올라가 개밥바라기를 바라보기도 해요
하루가 속절없이 또 하루를 밀고 가네요
2026 월간 모던포엠 6월호 연재시
이주송 시인
2020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식물성 피』.송수권 시문학상. 젊은시인상. 평택 생태시 문학상. 아르코창작기금 발표지원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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