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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락/ 홍혜향 시인

작성자홍혜향|작성시간26.06.10|조회수37 목록 댓글 0

조락

 

 

나는 매여 있는 목질이 단단한 물박달나무였다

 

당신은 꽃길을 찾아 떠나는 사람

 

국화를 보러 가자 했는데

피워본 적 없는 두드러기 꽃이 피었다

 

바다를 보러 가자 했는데

귓속에 물이 찼다

 

열꽃은 왜 암전에 피는지

온몸으로 옮겨 다니며 핀다

 

통통배가 거센 물결을 실어왔다

 

나는 물 위에 떠 있다

귓속은 암석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뱃머리가 나를 벼랑으로 몬다

 

물을 오래 머금은 나무는 독이 서려 있다

 

나는 나를 적으로 오인한다

내가 나를 겨누는 병을 뭐라 설명할까

 

꽃망울을 터뜨려도 피는 나지 않았다

 

엄마는 별일이라 했고

의사는 자가면역질환이라 불렀다

 

열꽃에 물을 자꾸 끼얹는다

새벽이 되어서야 물은 빠져나간다

 

꽃이 떨어진다

가을 일지에 아프다는 말 대신 불꽃이 피었다고 썼다

 

 

 

2026 월간 모던포엠 6월호 시향의 숲

 

 

 

홍혜향 시인

2022 월간 모던모엠 상반기 신인문학상

2023 아르코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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