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 정류장에 앉아 있겠다
한 시간 또는 두 시간에 한 대쯤 버스가 지나가는
어느 시골 마을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한 대쯤 그냥 보내고 싶다.
버스가 지나가면 조금은 아쉬워하며
다음에 올 버스를 기다리고 있겠다.
구름 흘러가는 하늘을 잠깐 올려다보다가
가까운 듯 먼 곳의 뒷산,
그곳에 묻혀있을 어떤 사람의 잘 가꿔진
묘를 생각하다가
그곳에 피어 있을 꽃들을 떠올리다가
버스가 오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걸 알지만
버스가 오는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지나가는 마을 사람의 장화 색깔을 부러워하다가
정류장 옆 가게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아이스크림 하나쯤 사 먹어도 좋겠다.
종점을 향해 들어가는 건너편 버스를 보며
저 버스가 몇 분 뒤에 다시 돌아 나오나
의미 없이 시계를 한번 들여다보고
돌아 나온 버스가 저만치 오는 것이 보이면
이번에 탈까 말까 망설이며 그렇게
거기 앉아있었으면 좋겠다.
죄스러운 아침
잠깐이라도 겨울 햇살을 즐기라고
연구실 화분을 밖에 내놓았다가
들여놓는 것을 잊는 바람에
하룻밤 사이에 그들이 모두 얼어 버렸다.
이파리가 축 늘어져 있는 그들을 보며
미안하고 죄스러웠다.
밤새 추위에 떨며 그들이 보내야 했던
지난 밤 어둠.
그들이 그렇게 고통스러운 밤을 보내고 있을 때,
나는 술을 마시고 웃고 떠들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잠이 들었겠지.
새벽녘까지 버티다 버티다
먼동이 트는 걸 보며
고통스럽게 잡고 있던
희망의 손을 놓아 버리고 있을 그때,
나는 이불 속에서 나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아침을 챙겨 먹고 있었겠지.
참으로 죄스러운 겨울 아침,
창문으로 넘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코끝이 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