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철학]
존 롤스(John Rawls)의 『정의론』 관점에서 김정식 시인의 '호각'을 분석하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공정으로서의 정의(Justice as Fairness)'**라는 가치와 그 현실적 괴리를 극명하게 대비해 볼 수 있습니다.
1. '무지의 베일'을 쓴 축구 경기: 공정한 규칙의 부재
롤스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을 쓰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내가 사회의 어떤 위치(승자 혹은 패자, 밀치는 자 혹은 밀리는 자)에 처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규칙을 정하는 것입니다.
시적 현실: 시 속의 축구장은 무지의 베일이 걷힌, 이미 승패가 갈리는 잔혹한 현실입니다. '사글세를 얻으려고 밀어 본 적이 있고'라는 구절은, **사회적 최소 수혜자(사글세 세입자 등)**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공격해야 하는 구조적 결핍을 보여줍니다. 롤스의 관점에서 이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 구조입니다. 누구도 자신이 밀리는 처지가 될까 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2. '차등의 원칙'과 생존의 태클
롤스의 두 번째 정의 원칙인 **'차등의 원칙(Difference Principle)'**은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 허용되려면, 그것이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적 현실: '페널티 구역에서 한 집 건너 태클을 걸지 않으려고 가게를 닫은' 행위는, 타인의 생존을 위해 자신의 이익(가게 운영)을 희생하는 연대적 선택입니다. 반대로 '황금색 트로피'만을 좇아 타인을 밀어내는 행위는, 사회적 불평등이 사회 전체의 이익이 아닌 **'개인의 탐욕'**을 위해 쓰이는 정의롭지 못한 상황을 의미합니다.
3. 어머니의 호각: '공정성'의 도덕적 감수성
롤스는 정의감을 지닌 시민들이 사회의 기본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시적 성찰: 시에서 '어머니의 호각'은 단순히 반칙을 지적하는 도구가 아니라,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도덕적 직관입니다. 노모의 질문("반칙 쓰면 되는가")은 롤스가 말하는 '직관적 정의감'을 호출합니다.
우리는 트로피를 얻기 위해 타인을 밀쳐내는 것이 '합리적(이성적)'이라고 생각하며 살지만, 내면의 호각은 그것이 결코 '정의롭지(도덕적)' 않음을 일깨웁니다. 롤스적 관점에서 이 시는 사회적 기본 가치의 분배 과정에서 '공정성'이라는 도덕적 등대(어머니의 호각)를 상실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결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패스'
롤스의 정의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존중'**과 **'협력적 체계'**입니다. 시에서 '패스할 공간을 잃어'라는 대목은 정의론의 핵심을 찌릅니다. 패스는 경쟁자를 동료로 인정하고, 결과(트로피)를 공유하는 정의로운 사회의 기본 단위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김정식 시인이 말하는 '어머니의 호각이 불리는 마음'이란, 승자독식의 구조 속에서도 타인을 밟지 않고 함께 나아갈 길을 찾으려는 정의로운 시민의 양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의론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사회의 '페널티 구역'은 과연 최소 수혜자가 보호받는 구조인지, 아니면 승자만이 트로피를 독점하는 불공정한 공간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시입니다.
이러한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패스'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정식 시인의 시집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719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