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볕
볕이 참 좋다, 내일 뭐 해?
들도 산도 붉다
올래?
자전거 타이어에 공기 빵빵 채웠어
해거름 둑길 끝까지 달리자
산촌 가을은 짧아
산집은 쉬 어두워지고 추워
저녁엔 장작 패서
난로에 불 지펴 불멍 어때?
건너와
입석이라도 타고
새벽의 숲이 가장 숲다운 것 알지?
빨간 장화 신고
노란 꽃 더미 건너
여뀌도 고마리도 이슬 젖은 들길 걷자
좋아하는 커피 내려놓을게
꼭 와.
우물곁에서 목말라 죽는
―목숨
올봄에도 그이네 담장 밖에 장미가 만발했소
사람 가고
장미만 남아 골목 끝 침묵이 환하오
그이 보내고
멀쩡한 두 눈으로도 헛딛는 날 많소
구부정 걷다가 헛딛고 엎어져 돌아온 날은
들기름에 막국수를 비벼 먹었소
꽃 보듯 봐 준 누구 없이 한 목숨 가고 있소
(꽃 아닌 시절도 화양연화요)
그대 배웅하고도 다시 설 수 있을지
(한 처음 허리를 펴고 두 발로 일어섰던 인간이었소)
적막을 두레박질하는 일에도 지쳤소
(여럿 속에서도 누구나 고독하오)
사람살이가 관계맺음이라는데 묵묵히 걷는 이 길이 옳
은지 모르겠소
(갈 날이 가까우면 모든 관계들도 사라지오)
이생에 다녀간 기념으로 뭉근하게 타오르는
만첩 불꽃이고 싶었소
(남은 날은 마음 가는 대로 그리 하시오)
붉은 한철이 다 갔소
(우물을 곁에 두고도 목말라 죽는 이도 있소).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