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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숙 시집 『내일 뭐 해』 대표시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6.06.19|조회수21 목록 댓글 0

가을볕

 

 

볕이 참 좋다, 내일 뭐 해?

 

들도 산도 붉다

올래?

 

자전거 타이어에 공기 빵빵 채웠어

해거름 둑길 끝까지 달리자

 

산촌 가을은 짧아

산집은 쉬 어두워지고 추워

저녁엔 장작 패서

난로에 불 지펴 불멍 어때?

 

건너와

입석이라도 타고

 

새벽의 숲이 가장 숲다운 것 알지?

빨간 장화 신고

노란 꽃 더미 건너

여뀌도 고마리도 이슬 젖은 들길 걷자

 

좋아하는 커피 내려놓을게

꼭 와.

 

 

 

 

 

우물곁에서 목말라 죽는

―목숨

 

 

 

 

올봄에도 그이네 담장 밖에 장미가 만발했소

사람 가고

장미만 남아 골목 끝 침묵이 환하오

 

그이 보내고

멀쩡한 두 눈으로도 헛딛는 날 많소

구부정 걷다가 헛딛고 엎어져 돌아온 날은

들기름에 막국수를 비벼 먹었소

 

꽃 보듯 봐 준 누구 없이 한 목숨 가고 있소

(꽃 아닌 시절도 화양연화요)

 

그대 배웅하고도 다시 설 수 있을지

(한 처음 허리를 펴고 두 발로 일어섰던 인간이었소)

 

적막을 두레박질하는 일에도 지쳤소

(여럿 속에서도 누구나 고독하오)

 

사람살이가 관계맺음이라는데 묵묵히 걷는 이 길이 옳

은지 모르겠소

(갈 날이 가까우면 모든 관계들도 사라지오)

 

이생에 다녀간 기념으로 뭉근하게 타오르는

만첩 불꽃이고 싶었소

(남은 날은 마음 가는 대로 그리 하시오)

 

붉은 한철이 다 갔소

(우물을 곁에 두고도 목말라 죽는 이도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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