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밭의 봄
시샘하는 바람의 칼날을 맞으며
가지 끝마디마다 새 풀들이
새초롬히 질린 얼굴로 돋는다
한 자루 날카로운 창槍이었다가
이내 바람에 흔들리며 두 깃발이 되고
거친 숨결들은 깨어나 지면을 뚫는다
연약한 솜털 속에 숨겨둔 일창일기
그들은 햇볕을 쫓아 떼로 덤벼드는
뜨겁고 눈부신 초록의 함성
봄의 군단이다
목련 손수건
그대 행여 오려나 흰 손수건 나풀 펼쳐
사뿐히 지르밟고 오라고 수작을 편다
순결한 꽃잎마다 새겨진 지독한 연심
가슴 몰캉하던 동경은 비바람에 씻겨
길 위로 툭툭 밟혀버린 빛바랜 조각들
쓸려도 떨어지지 않는 까만 생채기
그래도 목련은 노스텔지어 손수건 품고
다시 새살로 돋아 푸른 잎 깃발 흔들며
추락은 소멸이 아닌 사랑의 서막이라고
봄 길목 향해 눈부시게 고고한 목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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