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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래 시집 『사과나무 아래 오렌지 향』(시산맥사) 대표시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6.06.21|조회수11 목록 댓글 0

차밭의 봄

 

 

시샘하는 바람의 칼날을 맞으며

가지 끝마디마다 새 풀들이

새초롬히 질린 얼굴로 돋는다

 

한 자루 날카로운 창이었다가

이내 바람에 흔들리며 두 깃발이 되고

거친 숨결들은 깨어나 지면을 뚫는다

 

연약한 솜털 속에 숨겨둔 일창일기

그들은 햇볕을 쫓아 떼로 덤벼드는

뜨겁고 눈부신 초록의 함성

봄의 군단이다

 

 

 

 

목련 손수건

 

 

그대 행여 오려나 흰 손수건 나풀 펼쳐

사뿐히 지르밟고 오라고 수작을 편다

순결한 꽃잎마다 새겨진 지독한 연심

 

가슴 몰캉하던 동경은 비바람에 씻겨

길 위로 툭툭 밟혀버린 빛바랜 조각들

쓸려도 떨어지지 않는 까만 생채기

 

그래도 목련은 노스텔지어 손수건 품고

다시 새살로 돋아 푸른 잎 깃발 흔들며

추락은 소멸이 아닌 사랑의 서막이라고

봄 길목 향해 눈부시게 고고한 목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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