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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홍서연 시인

작성자홍혜향|작성시간26.06.22|조회수27 목록 댓글 0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그날 하늘은 세찬 소나기를 쏟아부었고, 어디론가 떠밀려 들어 웅크리고 있었지요 향불을 피우는 그림자들은 나를 조여왔어요

 

입구엔 외부인 출입금지 팻말이 있었지요

 

어쩌면 보지 않으려 했어요

 

그림자는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었지요 고개를 저었어요

 

 

조금 버티니까

그게 동굴의 속셈이라고 그들은 말했어요

 

향 냄새가 짙어졌고 얼굴은 연기 속에서 점점 흐려졌어요 벽이 되고, 흔들리는 어둠이 되었죠 혼자말을 중얼거렸어요

 

향불이 웃으면서 말했지요

 

밖으로 나가야 사람이라고

 

나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저 발밑이 밀리는 그 감각이면 충분했어요

 

동굴은 마치 생물인 것처럼 꿈틀댔어요

 

향불이 꺼지고 그림자도 하나둘 사라졌어요

동굴의 어둠은 짙어졌지요

 

밖으로 나와보니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어요 젖은 땅을 밟으면서 천천히 걸었어요 한 줄 빛이 다가왔어요 하지만 아무 의도도, 의미도 없는 빛이었어요

 

뚜벅뚜벅 걸었어요

흙탕물을 튀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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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서연 시인

2014년 수필춘추 겨울호 등단. 2022년 한국불교신문신춘 수미산 외 1편으로 등단.

시집 『당신은 A형 나는 BB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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