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那羅 鄭英淑 시집 『함제미인』 대표시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6.06.23|조회수11 목록 댓글 0

청나비는 청나비가 아니다

 

 

 

한때 난 아이 같은 당신을 사랑했네

 

당신 알몸에 내려앉아

푸른 옷에 푸른 깃을 달고

한 시절 보냈네

하늘도 청청

산도 청청청

강물도 청청청청

내 눈 속에는 온통 청색뿐이었네

당신이 몸 바꾸는 줄 모르고 혼자서 푸른 노래만 불렀네

창공을 날아오르며 무지갯빛으로 빛나던 당신

사람들의 환호성에 내가 입은 청색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바래졌네

 

내가 잠시 앉았던 당신은 내가 생각하는 당신이 아니었네

당신의 알몸을 빌어 잠시 잠깐 내가 청색을 입었을 뿐

 

당신은 원래 무색의 알몸을 지닌 아이

 

한때 난 아이 같은 당신을 몹시도 사랑했었네

 

 

 

 

 

 

 이별/블루

 

 

 

 

 마지막 이별의 감정은 핑크와 블루가 믹서 된 마블링이다

 

 마지막 만남은 보타닉가든 접시 위, 디저트로 나온 초콜릭 케이크와 쓴 커피 맛이다

 

 부드럽고 뜨겁던 사각의 공기들, 물이 불이 되는 순간 태어나는 아름답고 쓸쓸한 꽃잎들

 

 뒤돌아서서야 비로소 보이는 선명한 무늬들 혀 안을 녹이던 핑크빛 감정은 어느새 기화되고, 혼신의 붓끝에서 그려진 블루빛 서늘한 꽃잎만 남는다

 

 그녀는 오늘도 디저트를 먹으면서 주위에 수선거리는 꽃잎을 본다 어느 여행지, 보타닉가든에서 만났던 수선화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는데......

 

 다음 생에 내가 수선화로 피어난다면, 그대 나를 알아보고 찾아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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