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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이전과 이후의 사이에서/ 천세진 시인

작성자홍혜향|작성시간26.06.23|조회수23 목록 댓글 0

어느 이전과 이후의 사이에서 

 

 

 

내가 기르는 새는 동박새를 닮았지만 울지는 않는다

 

좁쌀 스무 알을 줄 때마다 연두와 노랑의 깃털이 햇살에 여울을 만드는 걸 보며 울음에 대해 생각한다

 

울지 않는 건 슬픔 이전이나 이후의 일이지만 슬픔과 무관한지는 알 수 없다

 

동백꽃이 피기 전과 떨어지고 난 후에도 동박새는 동백나무를 찾는다

 

그 일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이전과 이후 사이의 일을 겪은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까

 

동박새를 닮은 새를 기르고 하루에 한 번 스무 알의 좁쌀을 주며 울음이 지나간 후의 햇살을 세는 일에 대해 매일 생각한다 그 일이 전부여서 그렇다

 

 

 

2026 시와문화 여름호

 

천세진 시인

2005년 《애지》 등단. 시집 『순간의 젤리』 『풍경도둑』, 장편소설 『이야기꾼 미로』,문화비평서 『어제를 표절했다』 시집『양철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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