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편의점
강물이 꼬깃꼬깃 구겨지기 시작했어
성급한 문장이 나왔다가 없어지기도 했지
진탕 놀고 간 흔적이 하얗게 쓸어놓고 시치미를 떼고 있어
재갈매기 소리에 잠시 바다에 온 것 같은 착각
비어 있음의 가득함이
멈춘 시간을 파헤쳐 허공에 풀어 놓은 거야
두근거림의 윈드서핑이 바람과 놀아날 때
고래의 꼬리도 소리를 내기 시작했어
펄떡거리는 그리움은 아예 없지만
한때 은빛 반짝임은 흔적 되어 접근 금지
기억에 또아리 틀고 있던, 실뱀을 슬그머니 내려놓자
구겨진 파랑으로 들어가 버렸어
솟아오르는 물의 계단으로 비밀은 올라가고
새처럼 뛰어 올라 허공에 발자국 하나
젖은 기억을 마르게 하는 거지
편의점 앞 빨간 우편함엔
고독이 잠들어 시간이 거꾸로 박혀 있고
-날 건들지 마세요
물낯에 어른거리는 갈매기는 날갯짓으로 날아가고
포토그램에 투영된 미혹의 순간들
후루룩 날아가거나 가라앉은 부유물은
서성거리다 탈각된 모서리 말들이지
침묵보다 못한 낱말들이 윤회로 휘저어지는 건
가끔 어딘가 고장이 나는 언어의 한계였던 거야
-꺅 꺅 끼룩 끼룩
문상
그녀의 몸은
병이 지나가는 길이었다
지나가면서 쉬기도 하고
때로는 넘어지기도 했다
어떤 놈은
아예 들어앉아 살림을 살면서
새끼를 기르기도 했다
그 동네 태양은
새까만 색이었는데
독한 그을음을 뿜어내기도 했다
검은 태양이 솟는 날은
그래서 저승 가는 날이었다
늦게나마 가신 방향이 맞는다는 듯이
흰 국화만 몇 송이 겸연쩍게 서서 배웅하고 있다
고요가 심장을 찌른다
그의 고인 눈물 속에 어른거리는
절룩거리는 미혼의 딸
병실에서 가져온 그녀의 신발
질기게 걸어왔을 닳은 신의 한 귀퉁이는
짧은 다리를 대신하여 허기진 발로 살아갈
딸의 가슴에 얼룩져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