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보다
밭두렁에 어지럽게 벙근 개망초꽃, 콩이라도 심어볼까 하고 뽑으려 잡아당겼다 쉽게 뽑힐 것 같더니 흙더미가 성난 이마처럼 갈라질 뿐 뿌리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저 흙 속에 무엇이 있어 가늘고 흰 개망초의 발목을 꽉 잡고 있는 것일까
“아야, 시상에 풀꽃 하나라도 혼자인 건 없는 것이여” 귀밑머리 넘겨주시던 엄마 이제는 흙 속에서 제 몸을 지우고 부드러운 가슴에 감국 씨앗 하나쯤 품고 있을까
슬그머니 잡았던 아귀를 풀고 가는데 잎사귀 쓰다듬는 소리, 상처 난 꽃대 끌어안는 소리 들렸다 뒤돌아보니 거기, 실잠자리 한 마리 천천히 개망초를 맴돌고 있다
풀물 밴 손에서 맥박 뛰는 소리, 가만히 펴보니 “괜찮아야” 손잡아주시던 그 손바닥엔 두 날개 접고 앉아 있는 배추흰나비, 바람 불자 화들짝 날개 펄럭이며 솟구쳤다 개망초 향해 날아갔다
옷자락에 붙어 온 개망초 잎사귀 하나 툭 떨어졌다
김정희 시인 약력:
2019년 『월간문학』등단
2020년 인천문화재단 예술표현활동지원 출판분야 기금 수혜
2020년 현대시 기획선36 『양치식물』 발간
2020년 3차문학나눔도서로 『양치식물』 선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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