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용 식탁
그 식탁은 성수동 재활용 센터에서 보았다. 엄마의 시든 어깨를 닮아서 무턱대고 다림질해 데리고 왔다.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엄마의 노세 가락은 새벽까지 절여졌고, 신고로 달려온 파출소 순경은 축 처진 어깨를 달고 있었다. 때 이른 개 소리와 때를 놓친 닭 울음은 잿빛 4인용 식탁을 엇박자로 돌리며 옥탑까지 숨 가쁘게 오른다. 처음엔 오리 배 같은 1인용이었다. 꿈이 사라진 아이처럼 차가운 물밑에서 혀를 묻었다. 차분하게 촥, 침착하게 촤르륵. 구멍가게의 돈 통 소리가 졸고 있는 엄마 옆에서 새벽까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엄마는 술 냄새에 찌든 남정네의 얼굴을 피한다. 날개를 달아줄 거라며 오만 원짜리 지폐를 허리춤에 구겨 넣는다. 가쁘다, 엄마의 숨은 또 가쁘다. 소주 한 홉 팔라는 주정뱅이를 외면하며 밤새 사각 통에서 헤엄친다. 찌든 호흡이 돌고 돈다. 1인용 식탁 귀퉁이는 식은 치킨을 던져 놓고, 하얗게 표백된 무 절임에게 속삭인다. 나도 백조처럼 놀러 갈 거야. 맞장구를 치는 목소리도 쫙 펴본다.
성수동 재활용 센터엔 오늘도 0인용 식탁이 놓여있다. 늙어가는 소원을 돌림 노래하며 엄마를 후렴구로 넣어 숨을 돌리고 있다.
메뉴에 우주가 있어서
물구나무를 서면 레스토랑이 된다는 전설을 읊는다
좌로 두 번 우로 두 번
천정은 멋지게 썰어놓고
소스를 졸이는 시간
셰프는 가벼워진 설렘을 집어삼키고
정오엔 손목을 터널 증후군으로 이사 보낸다
딱 1인분의 아이들은
설탕 1g, 치즈 200g을 부어
입맛을 다신 후 나들이 가고
쥐도 새도 모른다는 위로로
담장 넘는 표정을 짓고
귀가로 쏟아지는 노곤함을
앞으로 1분 뒤로 1분 졸인다
환풍구 위의 조감도만이 유일한 자세
더러워진 싱크대는 긴장으로 표백하고
주문은 항상 5분 대기 중
색색으로 퍼져가는 타일의 영역은
계속 바라봐야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늘 새 메뉴보다 먼저 바라본다
늘어나는 전표에 함부로 살이 찔 수 있다
캐시기의 액정만큼 쌓이는 무늬들
주문 1은 원숭이 꼬리로 말리고
조리의 책갈피로 빠른 결정을 내리면
검은 1칸 흰 2칸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식기 건조기
해시 테크, 맞팔로, 우주의 맛집
원 플러스 원
자,
주문해보라고
카메라 앞의 당신은 수줍네요
숨을 참으시고요 네, 네 그렇게
N37, E126
이정표대로 세상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아니, 양손은 지지대를 잡으시고요
앵글로 잡은 시선은 비껴가기 마련이에요
흰 가운을 입은 기사는 늘 오아시스를 찾지요
거기서 잠깐 숨을 들이쉬고요
실연을 당한 횟수만큼 뒤로 두 발짝
짝짝이 가슴은 최전방으로 노출해 주세요
아침에 일어나면 공기로 가글하고요
참치캔의 고향은 노르웨이에요
고철덩이로 뭉쳐진 마음을 이젠 열어보아요
AI가 영상 분석을 한다고요?
아뇨, 아뇨 그건 보안 카메라에요
자, 천정을 보고 누워요
왼쪽으로 45도 찰칵
오른쪽으론 내 눈을 보아요
이별에 눈 맞춤하는 수작은 던져버리고
수면 중 욕지기에도 입맞춤할 수 있어요
비싸다고요? 그럼 신용카드를 꽂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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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하나 찍고 가죠
달을 보라는데 왜 손가락을 보는 거야
동네 카페에서 김해숙 선생님을 보았어 아니 박혜숙 말고 왜 있잖아 국민 어머니, 뭐 국민 어머니는 김혜자라고 아니, 언제적 얘기를 하는 거야 그건 전원일기 김혜자고...... 우리 동네에서 핫한 카페, 가끔 연예인도 오곤 해서 TV에 자주 나오는 곳이야 그래 줄 서고 있으니까 한 번씩 쳐다보곤 하는 곳 말야 교양 있게 따아를 들고 돌아서는데 나도 모르게 인사를 해버렸지 뭐야 처음엔 학교 다닐 때 친구 엄마인 줄 알았어 예쁘지는 않지만 연기를 잘 해서 눈물 한 바가지 쏟게 하는 배우지 아니 그건 박혜숙이라니까 왕룽일가 동네 허름한 술집 아줌마고...... 왜 영화 도둑들에서 중국 아저씨와 커플인 배우 있잖아 씹던 껌이라고 나왔지 아마 뭐? 그건 이혜숙이라고? 그건 하나뿐인 내 편에서 악독한 시어머니로 나온 배우고 그래 병에 걸린 주인공 뺨따귀를 날리는 여자 뭐 그건 서권순이라고? 아니 그 여자는 사랑과 전쟁에서 국민 시어머니 단골 배우지 목소리가 카랑카랑해서 한 마디만 해도 오금 저리게 만드는 목소리, 그 드라마에 최수종도 나왔잖아 왕건으로 나온 최수종, 뭐 왕건은 송일국이라고? 송일국은 김을동 아들이고 삼둥이 아빠의 모친 김을동 몰라? 장군의 손녀 김을동 아줌마 가끔 드라마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 있잖아 카리스마는 김수미라고? 그건 욕쟁이 전문이고...... 김해숙 배우님이 지하보도로 들어가는데 딱 거기서 놓쳐버렸네 국민 어머니는 국민을 위해 대본 연습을 하러 가셨겠지 어쩜 우리 동네 시장에서 촬영이 있으려나 혹시 몰래카메라인가 혹시 아는 척하면 안 되는데 초를 치는 건가 두리번거렸어...... 카페는 이미 브레이크 타임이라 문을 닫았고 더 이상 김해숙 선생님은 볼 수가 없고, 어쩜 이혜숙일지도 몰라, 박혜숙일지도 왕건은 삼둥이 아빠일지도...... 모를까? 김해숙 선생님 사인도 없고
수상소감
말숨과 글숨으로 숨 쉬는 사람이고파......
나는 디베이트 하는 사람이다. 훅을 날릴 때 쓰는 말이 있다.
“저는 잘못 걸려온 전화를 30분 받는 사람입니다.”
상대는 다른 곳을 보다 내게 시선을 고정한다. 말을 수단으로 살고, 말을 묵혀서 글을 쓰고, 그것으로 숨을 쉬는 사람이다.
가끔 지인들과 앉아 있을 때 조용하면 불안하다. 상대를 살핀다. 그가 올린 SNS를 떠올린다. 요즘 그가 만들고 있는 손뜨개로 화두를 던진다.
고등학교 때 학교 옥상에 올라가 시집을 읽었다. 매점을 드나들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서 숨어있었다. 용돈을 주지 않던 엄마를 원망했다. 친구들이 함께 먹자고 했지만 자존심이 상했다. 그들은 뒤에서 이런 말을 했단다.
“쟤는 시인이 될 아이야. 우리를 왕따 시키고 있어.”
선동호 부근에서 나를 시인으로 부르던 친구들, 보고 싶다. 시인을 꿈꾸는 연희야 기다릴게. 더불어 동시를 쓰는 수완도.
윤동주, 김소월을 읽다가 대학에서 박노해, 김지하를 읽으니 혼란스러웠다. 시가 삶을 대신하는 시절이 싫어서 막걸리에 순대국을 먹었던가? 광희, 명숙, 명선, 지혜~기억하지? 진상의 시간.
강형철 샘, 전기철 샘 술 사달라고 졸라대던 제가 귀찮으셨죠?
그 시절 제 시에 ‘탁월함, 훌륭함’이란 단어를 적어주시던 엄경희 샘.....음, 아시죠?
약수동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다. 정남, 지영 그리고 이진 샘. 기다리는 시간이 설레어요.
비담, 조동범 샘 우리 홍대에서 음주가무를^^
현재 진행형 문래동. 나는 이곳을 사랑한다. 함께 시를 쓰는 문우들이 있어서. 이녘, 현서, 하은, 갑균, 혜정, 현주, 이채, 선구, 영호, 선, 은영, 정옥, 숨 우리 오래 함께 해요. 이재훈 싸부님! 사랑하는 거 아시죠?
3년 전 한가람 미술관에 ‘베르나르 뷔페’ 전시회가 열렸다. 그의 그림은 정말 나를 행복하게 했다. 작품에 등장한 고릴라를 모티브로 시를 썼다. 시인이 아니기에 발표할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었다. 시인이 되고 싶었다. 제게 시를 발표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신 서정시학에 감사한다. 최동호 교수님, 김종훈 교수님 제 시를 젊고 재밌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는 시를 쓰는 사람이다. 그 옆에 시아도 있겠지. 죽을 때까지 시를 쓰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내 기억이 허락하는 한 언제나 사랑할 혜림, 혜성, 두종......눈물 나게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