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서석문학 등단작품/ 조필 시인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4.04.05|조회수78 목록 댓글 0

나사의 입맞춤엔 세월이 흐른다

 

 

 

 

나사를 조이다 움찔

몸안에 꿈틀대는 너

그렇게 생채기 끌어안고

검붉은 윤활유에 몸 씻으며

기약 없는 세월 견딘 듯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있다.

몸안에 익어가는 너

늘어난 주름살 보곤

뒤돌아 흐르는 눈물 삼키고

다음 여정 준비하는 듯

돌부처처럼 세월을 읽고 있다.

거역 할 수 없는 생의 동반자

삶의 윤활유 가득 마시고

가야할 때 덤덤히 준비하며

절규하는 너의 입맞춤

조여 오는 절박한 메카니즘에도

너는 말이 없다.

 

 

 

 

누룩 빵

 

 

 

빵의 혁명은 변방에서 시작됐다

당돌한 사내는 레닌 닮은 조씨다

누룩 빚기를 전선의 아리아로 읆조리며

혁명의 소용돌이에 깊이 빠져들자

사람들은 누런 속살 속으로

환희의 깃발 흔들며 당당히 들어선다

공유한 시간 앞에 함께한 희열

누룩빵은 민초만을 위한 밥이 아니다

귀천 없는 세상 꿈꾸는 시대의 이단아

조씨가 만든 상큼한 봄의 전령이다

경계를 허무는 콜라보레이션

지켜보던 은행나무 누룩빵에 맛들어

사람들의 손길에도 부끄럼 잊은 채

연신 자식 같은 열매 토해내고

마주보는 느티나무는 손잡고 누룩 내음

휘날리며 살랑인다

함께하는 세상이 주는 참 맛이다

마을 어귀에 노니는 개와 고양이도

누룩 냄새 풍기며 기세등등하다

사람들은 분주히 누룩 따라 왔다 사라지고

조씨는 산허리에 걸터앉아 미소 지으며

옷깃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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