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선 시집 『저녁의 가방』 표4 추천글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4.03.13|조회수18 목록 댓글 0

  천화선의 시에는 가늠하기 힘든 쓸쓸함이 있다. 이때의 쓸쓸함을 두고 외로움이라고 부른들 어떠랴, 고독이라고 부른들 어떠랴. 이러한 정서는 어디서 오는가. 오랜 그리움 때문일 수도 있다, 기다림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쩔 수 없는 그의 시의 매력! 물론 그것은 그가 갖는 특유의 아우라에서 비롯된다. 이때의 아우라를 두고 설움이라고 부른들 어떠랴, 한이라고 부른들 어떠랴. 그의 시가 보여주는 이러한 아픔은 무엇보다 “내 사랑, 어두운 밤의/달바라기”(「백구두」)로 사는 마음에서 연유하는 듯하다. 그렇다. 그의 시에 드러나는 마음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밤하늘 가득 별”로 떠 있는 사랑, 곧 “다시 시작”된 “두근거림”(「별을 위한 독백」) 같은 것이 듬뿍 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두고 “한번 간 사랑은/다시 오지 않을 거라는/믿기기 않는 예감”(「그녀의 풍경」)이라고 불러도 좋다. 서정시는 본래 ‘사랑의 마음’을 바탕으로 삼는 것이지 않은가. 나이든, 너이든, 그이든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이 서정시는 창작되지 않는다. 천화선 시의 매 편 매 편이 묘하고 애틋한 사랑, 외롭고 쓸쓸한 사랑을 토대로 하는 것도 실제로는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은봉(시인, 광주대 명예교수, 대전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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