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 시집 『태양의 눈 기억함을 던져라』(달을쏘다 2024) 추천글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4.03.15|조회수15 목록 댓글 0

  이 시집은 깨고, 흔들고, 부딪히고, 부서지고, 뚫어내는 움직임들로 가득하다. 그것은 마치 폭발의 에너지로 들끓고 있는 마그마 같다. 언제든 지상으로 치고 올라올 준비가 되어 있는 지구의 붉은 심장처럼 장욱 시인의 일상은 그 자체로 머물러 있지 않다. 그것은 그것이 아닌, 혹은 그것을 넘어서는 다른 어떤 것이 되거나 혹은 그 다른 것과 연결되기 위하여 부글부글 끓고 있다. 벽을 부수지 않고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없다. 이 시집은 그런 의미에서 절단, 파괴, 단절, 해체의 움직임들로 부산하다. 그러나 이 움직임의 궁극적인 목표가 해체는 아니다. 그에게 있어서 해체는 더 궁극적인 만남을 위한 과정이다. 한 울타리를 부수지 않고 어떻게 다음 세계로 넘어갈 것인가. 그의 시들은 ‘영원’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밖에 없는, 어떤 절대적인 것을 향한 자기 해체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보여준다.

- 오민석(문학평론가 · 단국대 명예교수)

 

  장욱 시인의 시들은 거대하고 기운찬 ‘상승’의 힘과 섬세한 사유의 깊이가 섞여 있다. 그에게 있어 시(詩)의 힘이란, 작은 것도 소중하게 여기며 우주를 관장하는 힘을 발산한다. 미물을 만나도 큰 우주와 조우한다. “하늘은 하늘의 뜻을 땅 위에서 똑바로 세우려고 십자가의 중심을/ 하늘에 매었”듯 우물은 우물대로 하늘을 받아들이는 지상의 큰 의자가 되고, 나아가 시인의 중심도 하늘을 붙들어 빛 보려 한다. 다시 말해 그의 시집 안에는 엄정하게 다루었던 존재들과 고독함이 꿈꾸는 대상들의 구원을 기원한다. 눈 밝은 독자에게 큰 여운을 남길 시편들이다.

- 문정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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