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미 시집 󰡔몇 방울의 찬란󰡕 추천글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4.03.25|조회수26 목록 댓글 0

문현미(文賢美)의 열 번째 시집 󰡔몇 방울의 찬란󰡕더 낮게, 더 오래/무릎을 꿇습니다.”(시인의 말)라는 표현에 그 경개(景槪)와 고갱이가 모두 집약되어 있다. 가령 시인은 더욱 낮은 목소리로, 더 자세를 낮추면서, 하염없이 저 높은 곳을 바라본다. 그리고 더 오래고 오랜 시간을 축적한 사물이나 현상을 지극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거기에 무릎을 꿇은 채 묵상하고 기도하는 모습까지 얹혀 시인 문현미의 시적 아우라는 겸손하고 원숙한 언어적 매무새를 견고하게 거느리게 된다. 아닌 게 아니라 그동안 문현미 시인은 서정시가 본질적으로 견지하는 사랑과 화해, 그리움과 따뜻함을 주조(主潮)로 하여 많은 이들을 위안하고 치유해왔다. 이번 시집은 그동안 이루어왔던 이러한 예술적 성취를 더욱 투명하고 충실하게 이어가면서, 그 안에 각별한 순간과 장면을 정성스럽게 구성해낸 서정의 도록(圖錄)으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선다. 그렇게 상상적으로 구현한 충만한 현재형을 통해 시인은 서정의 원형을 우리에게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고, 우리는 사물과 기억에 겸허하게 귀 기울이는 시인의 서정을 풍요롭게 만나게 된다. 시집을 읽는 내내 우리는 그의 시가 간결한 서정의 한 전형적 범례(範例)로 우리 곁에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유성호(문학평론가 · 한양대학교 인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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