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근 시집 <별을 긷다> 추천글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4.04.04|조회수39 목록 댓글 0

기러기 날아간 서쪽 하늘에 채 내뱉지 못한 말들이 흥건합니다. 추억은 쏟아져서 얼룩이 되고, 마음은 서로 얽혀 하늘의 별로 뜨는 법이지요. 그리고 사는 일이란 캄캄 너머 적막이더군요. 추워지기 전에 이제 저도 집에 가야 할 시간이네요. 그러나 새떼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가야 할 길마저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덤불 속의 쑥새무리가 쑥덕거리며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내 생의 젖은 악보처럼 한강물은 철벅거립니다. 출렁출렁하면서 젊은 날의 과오와 철없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한 시절의 맹목을 괜찮다 괜찮다 위로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기다림이 있어 따뜻한 저녁나절입니다.

- 양현근 시인의 「시인의 산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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