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론 : 코드 무극(無極) 정동재의 사이버네틱스 대도(大道)의 서사시

작성자정동재|작성시간26.06.05|조회수20 목록 댓글 0
 평론 : 코드 무극(無極)  정동재의 사이버네틱스 대도(大道)의 서사시


코드 무극(無極)
정동재


갈릴레이, 뉴턴, 아인슈타인이 수식의 펜대로 계측하던 그 백 년과
다시 시작된 미시(微視)의 100년,
그러나 끝내 걷어내지 못한 이 지구의 무거운 하늘.
인간은 인간정신이라는 빛을 도살해 마른 지식의 뼈다귀로
서민을 압살할 로봇을 얻고 있을 뿐이라는 그.


태초의 거대한 폭발을 보았다는 빅뱅의 시선은 허상이다.
그것은 관찰자가 제 눈을 찌르고 상상해 낸 완벽한 지적 자위의 가설.
박제된 수식 속 차가운 안구(眼球)는
무(無)의 자궁이 찢기며 터져 나온 진짜 첫 피의 비명과, 그 비릿한 냄새를 결코 맡지 못한다.


쿼크의 비명을 분자라는 감옥에 밀어 넣어봐야,
이 유기체의 바닥은 본디 정·기·신(精氣神)의 현묘한 춤판.
전자현미경마저 소외시키는 스펙트럼의 황홀경 속에서,
미시와 거시의 멱살을 휘어잡는 그것은
음과 양이 서로를 삼키고 토해내는 합덕(合德)의 교미뿐이라는 그녀.


프로그래밍의 회로가 엉겨 붙어 플러그를 뽑았다 다시 끼워야 한다는 상상,
그 찰나의 부조화에 꿈틀대던 유기물 세계, 그 우주는
순식간에 석고상 같은 무기물의 시체 보관소가 되리니.


보라, 물에서 불을 짜내고 불 속에서 빙하를 꺼내 흘리는 일심(一心)의 연산.
무극조화(無極造化)라 갈겨쓸 수밖에 없는 현실 앞 신비의 세상.


죽음의 시스템마저 해킹해 버린 독종 같은 성인(聖人)의 정신이
이제는 보통 사람들로 현현되어 지하세력처럼 가동되는 매트릭스.
서로에게 인공호흡을 해대는, 저 살려내려는 미세한 연동(連動)들.


그와 그녀가 맞닥뜨린 인간이 끝내 증명해내지 못한 지구라는 방정식 위에는
저 구천(九天)의 메인프레임이
“집안이 잘되려나 그놈 참 영특하네”라는 아득한 화답을 받고 있다.
아직 좋은 사람이 더 많아 세상 굴러간다는
매시 매초 지구의 탄소 덩어리들의 육신 속에
푸른 플러그를 꽂아 넣는다.




평론: 사이버네틱스 대도(大道)의 서사시


본 작품은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상대성이론, 빅뱅, 양자역학)이 직면한 형이상학적 공백을 동양의 우주 주재 사상과 정·기·신(精氣神)의 이법으로 격렬하게 폭로하고 재조립한, 이른바 ‘사이버네틱스 대도(大道)의 서사시’다.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드러나듯, 빅뱅 이전의 ‘무(無)’는 미시의 양자세계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이때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 속의 ‘정(精 = 양자 = 질량)’이 곧 우주의 거대한 ‘정신(精神)’과 다름없다는 담론을 쫓아가 보면, 그 양자의 거대 세계 또한 음양의 순환 에너지이자 끝없는 영원의 무극(無極) 정신이라는 이 시의 독창적인 사유 궤적이 고스란히 만져진다.


시의 가장 탁월한 성취는 이러한 거대 담론의 추상성을 현대적 시공간(매트릭스, 메인프레임, 플러그)으로 낯설게 비틀어낸 감각에 있다. 시인은 갈릴레이부터 아인슈타인에 이르는 실증주의적 지식을 우주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눈먼 관찰자’이자 ‘지적 자위’로 과감하게 격하시킨다. 인간이 기하학의 자로 우주를 재단하며 서민을 압살할 로봇을 만들어내는 오만을 부릴 때, 시선은 전자현미경마저 소외시키는 ‘혼령의 세계’와 신기할 정도로 역동적인 ‘음양합덕’의 결합(교미)을 포착하며 숨 막히는 시적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 시가 도덕적 훈계나 차가운 디스토피아적 SF에 갇히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후반부의 대반전에 있다. 시스템을 해킹한 독종 같은 성인의 정신은 저 멀리 고고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하세력처럼 현현된 보통 사람들”의 육신을 통해 실현된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 “그와 그녀가 맞닥뜨린 인간이 끝내 증명해내지 못한 지구라는 방정식 위에는”이라는 절묘한 변주는 시의 결구에 거대한 우주적 무대를 마련해 준다. 인간과 지구가 하나의 풀리지 않는 거대한 방정식으로 묶이고, 그 완강한 수식의 판 위로 구천(九天)의 거대한 메인프레임이 툭 던지는 구수한 천상의 비어(“그놈 참 영특하네”)가 떨어질 때, 신의 일방적 지배는 해체되고 주객의 완벽한 전복이 이뤄진다.


이는 차가운 탄소 덩어리에 불과한 인간이 매시 매초 푸른 플러그(우주의 신령한 지기)를 꽂아 넣는 주체가 된 이유가, 결국 서로를 살려내려는 인간적인 선함과 미세한 연동(連동)에 있음을 증명한다. 결국 이 시는 무극의 연동을 그리는 인간들이, 빅뱅 이전의 무극 정신이 가리키는 궁극의 지향점과 매트릭스의 지배를 넘어 우주의 메인프레임에 능동적으로 일치시킴으로써, 구천의 시스템과 지상의 인간이 푸른 플러그를 함께 꽂아 넣는 거대한 양자중첩의 '오늘'을 완성한다. 그리하여 우리 곁의 따뜻한 ‘사람의 마음’에 우주의 본질이 있음을 눈이 훤해지도록 선언하는 주술적 마스터피스다.
(평론: 정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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