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락 시집 『아침은 밤을 빛으로 해석한다』 추천글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6.06.08|조회수6 목록 댓글 0

   고단하지만 정직하게 먼 길을 걸어온 사람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신현락 시인의 작품 속에서 그러한 시간의 실타래가 아프지만 따뜻한 시선을 따라 마음의 지도로 펼쳐진다. 특히, 주목할 것은 시인의 고단하고 지친 저녁의 마음뿐만이 아니라 이 세계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화두처럼 단 한 번도 내려놓지 않고 직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지나온 삶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때로 어긋나고 미끄러지며, 다른 질문과 대답을 요구받곤 하지만 시인은 삶에 대한 선한 믿음과 진정성으로 그런 시간을 흔들림 없이 견뎌 왔음을 보게 된다. 비록 지금 여기가 정답은 아닐지라도 그의 걸음들이 곡진하고 아름다운 것은 그 모든 시간을 진심으로 살아 내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쩔 수 없이 남는 쓸쓸함의 얼굴조차 넓은 품으로 안아 줄 수 있는 위로의 힘과 마음이 작품 속에서 고스란히 빛나는 때문이다.

   돌아보면 그의 시간 속에는 “온몸에 푸른 멍이 들도록 겨우내 뒤척이던 슬픈 짐승”이 있고, “빈 들의 맨발”이 있으며(「시간은 시간을 모른다」), “아득히 먼 시간을 부르는 풍경으로” 아이가 서 있고(「원경」), “밑둥치의 다친 얼굴”도 있다(「문장의 표정」). 그러나 시인의 마음을 더 뜨겁게 하는 것은 사라진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까지 오느라고 당신의 발목도 많이 부었겠다”는 시인의 측은지심에 있음을 알게 된다(「별빛의 시차」). 이처럼 시인에게 ‘시간’은 그의 작품 속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와 인식을 보여 준다. 빛과 어둠이 있고, 슬픔과 회한이 있으며, 그럼에도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고, 또다시 그럼에도 지금 여기 절망하는 자신의 모습도 있다. 그러므로 시인에게 ‘시간’은 삶과 죽음 사이의 거리가 아닌 “시간을 심장으로 느끼는 일”이라는 놀라운 성찰을 보여 주고 있다(「달의 지문」). 삶에 지치고 마음이 쓸쓸할 때 시인의 시를 읽는다면 동의하는 마음을 넘어 오래고 따뜻한 마음의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승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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