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과학시(Science Poetry)-『별빛의 화법』
. 김백겸(시인)
김세영 시인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의사이자 시인이라는 이중 정체성은 그로 하여금 과학적 언어와 인문학적 언어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한다. 2007년 『미네르바』를 통해 등단한 이후 여러 시집을 펴낸 그는, 최근 십여 년간 ‘우주시’라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에 집중해 왔다. 시집 『별빛의 화법』은 이 탐구의 결정체로서, 시인 스스로 “우주시가 과반”이라고 밝히는 시집이다.
2015년 중력파의 최초 관측, 2019년 블랙홀의 첫 이미지 촬영에 이어, 제임스 웹(James Webb) 우주망원경 2.0을 통한 초기 은하들의 관측은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혁명적으로 확장시켰다. 현재까지 은하(Galaxy)의 개수는 약 1,000억 개(계산 모델에 따라 2조 개까지 늘어난다)이며, 은하단들이 모인 거대 사슬인 초은하단 기준으로는 약 천만 개가 있다는 계산이다. 과학이 제시하는 138억 년이라는 우주의 나이, 930억 광년이라는 관측 가능한 우주의 지름, 1,000억 개라는 은하의 추정 수—이 숫자들은 지적으로 큰 놀라움을 준다. 이런 거대 담론을 대상으로 시를 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김세영 시인은 시집 말미 「나의 우주시론」에서 자신의 시적 방법론을 보여주는데, 그는 우주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우주에 대한 현대 천체물리학적 사실 인지와 이것을 바탕으로 한 세계 현실의 새로운 인식과 감성으로 쓰인 시.” 김세영 시인은 자연서정시와의 관계에서 우주시를 “자연의 바탕을 우주적 시공간으로 확장시킨 시”로 정의하며, 연속성과 확장이라는 관점을 취한다.
김세영 시인의 우주시론에서 독특한 점은 ‘현대 천체물리학’과 ‘동양 기철학’을 동시에 이론적 토대로 삼는다는 태도다. 시인은 “현대 천체물리학적 우주 이론과 동양의 기철학적 우주론이 서로 근본적 개념에서 일치한다”는 인식을 피력한다. 현대 천체물리학의 측면에서 시인이 주목하는 핵심 개념들은 다음과 같다. 빅뱅과 특이점(singularity)으로서의 우주 탄생, 암흑물질(26.8%)과 암흑에너지(68.3%)로 이루어진 우주의 구성, 블랙홀·웜홀·화이트홀의 시공간 구조, 양자역학의 파동-입자 이중성과 양자 얽힘 등이다. 이 개념들은 개별 시편들에서 구체적인 시적 소재와 이미지로 차용된다.
동양 기철학의 측면에서 김세영 시인은 장재(張載)의 태허(太虛)와 태극(太極) 개념, 서경덕의 기화(氣化) 이론을 소환한다. 태허는 기(氣)가 무한히 흩어진 상태로서 ‘우주의 카오스(chaos)’에 대응하며, 태극은 기가 응결된 상태로서 빅뱅 이전의 ‘우주알(cosmic egg)’에 대응한다. 시인은 “기(氣)가 현대 입자물리학에서 말하는 쿼크(quark)에 해당한다”고 추론하며, 자신의 시론에서 동서양 우주론의 접점을 찾는다.
김세영 시의 형식적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과학적 레지스터(register)와 전통적 레지스터의 공존이다. 과학적 레지스터에는 천체물리학(암흑물질, 블랙홀, 웜홀, 화이트홀, 헬리오포즈, 쓰나미파, 중력파), 신경과학(시냅스, 수상돌기, 해마, 뇌회, 텔로미어), 양자역학(양자도약, 양자중첩, 얽힘, 비국소성), 의학(알프라졸람, 탈감작, 골다공, 폐포)의 용어들이 포함된다. 전통적 레지스터에는 동양 기철학(기, 리, 천문, 율려, 태허, 태극), 한국 민속(당산나무, 굿바위, 상여 노래, 승무, 염), 티베트/몽골 문화(룽따, 게르, 텡그리, 풍장), 불교/도교(입적, 법열, 몽유, 환생, 소요유)의 용어들이 포함된다. 이 두 레지스터가 한 시편 안에서 자유롭게 교차하는 것이 김세영 시의 독특한 언어적 특징이다.
독자가 김세영 시집을 읽는 데는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하는 과제가 따른다. 과학의 언어와 전통의 언어, 물질의 언어와 영성의 언어가 결합된 이 혼종적 언어에 익숙해져야 한다. 우리가 우주 속에 있고 우주가 우리 안에 있으며, 죽음이 끝이 아니라 전이이고, 모든 존재가 기파의 공명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초월 융합의 세계관. 은하와 신경세포, 빅뱅과 환생, 블랙홀과 귀천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상상력을 따라가기 위해 독자는 이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며 따라가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김세영 시인의 시적 언어에서 가장 핵심적인 조어(造語)는 ‘기파(氣波)’이다. 이 용어는 동양의 ‘기(氣)’와 서양 물리학의 ‘파동(波)’을 결합한 것으로, ‘입자이자 파동인 양자역학적 실재’를 동양적 언어로 번역한 것이다. 김세영 시인에 따르면, “기(氣)는 입자적 속성뿐만 아니라 운동성 및 파동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기파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다.” ‘기파(氣波)’는 물질이자 에너지이며, 정보(기억/영혼)의 담지체이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비국소성을 가진다.
‘천문(泉門)’은 한의학에서 아기 정수리의 숨구멍을 가리키는 전통적 용어다. 시인은 이를 우주와 교신하는 안테나, 기파의 송수신 장치로 재해석한다. 시편들에서 반복되는 “천문의 수상돌기”라는 표현은 신경과학의 수상돌기(dendrite)와 전통적 천문 개념을 융합한 것으로, 뇌의 신경 구조를 우주적 수신기로 상상하는 용어다.
‘양자도약(Quantum Jump)’은 물리학에서 전자가 불연속적으로 에너지 상태를 전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시인은 이를 죽음에서 재탄생으로의 비약, 즉 환생의 메커니즘으로 재해석한다. “영성 파동의, 양자역학적으로 시공간을 초월한 비국소적 운동성”으로서의 ‘양자도약’은 육체를 벗어난 기파가 새로운 몸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과학적 언어로 표현한 것이라는 견해.
김세영 시인은 시론 「우주시대의 영성세계」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초정신체 영혼도 영성 기억(모나드)이나 영성 기파의 양자역학적 양식으로 소멸되지 않으며, 우주의 시공간 어디에서나 천체망원경에는 보이지 않지만 은하처럼 영성 세계를 이루고 있을 것으로 상상해 본다. 물질 우주에 대응하는 ‘제로 포인트 필드’ 같은 영성 우주가 있을 것으로 희망적인 상상을 해 본다. 우주의 궁극적인 의문에 봉착하면 과학자도 시인도 상상적 공감에 이르게 된다. 시성 타고르는 아인슈타인에 대해 언급하면서 ‘과학과 예술은 둘 다 인간의 생물학적 필요를 떠나서 궁극적 가치를 지닌 영혼의 표현이다’라고 하였다. 아인슈타인도 ‘타고르는 우리에게 살아있는 영혼과 빛, 그리고 조화의 상징이다’라고 하였다. 제임스 웹 망원경으로도 찾을 수 없는 영성 우주는 어디에 있을까? 물질 우주의 무덤인 블랙홀 너머, 웜홀을 지나 별들이 다시 태어나는 화이트홀 너머 어딘가에 혹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의 상상을 해 본다.”
시집 『별빛의 화법』은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주지만, 김세영 시인의 시적 상상과 과학적 엄밀성 사이에는 긴장이 존재한다. 양자역학이 환생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며, ‘기(氣)가 쿼크와 동일하다’는 등치는 ‘은유적 주장이지 과학적 주장이 아니다’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과학적 언어의 사용이 때로 과학적 사실로 오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그리고 천체물리학, 양자역학, 신경과학, 기철학의 전문 용어들이 일반 독자에게 상당한 진입 장벽이 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시집의 주석이 이 장벽을 낮추지만, 주석에 의존할 경우 시적 자립성이 약화될 수 있으며 시가 주석 없이도 정서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남는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
하지만 김세영 시인의 세계관에 긍정적인 연구들도 있다. 현재의 첨단 물리학자들은 김세영 시인이 상상하는 ‘영성 우주’를 지지하는 듯한 연구들을 발표하고 있다. 존 휠러(John Wheeler)의 “It from Bit”는 정보 물리학의 시초가 되는 사상이다. 우주의 모든 입자, 힘의 장, 심지어 시공간 그 자체(It)도 기원은 ‘예/아니오’의 이진 선택인 정보(Bit)에 있다는 가설이다. 숀 캐롤(Sean Carroll) 등의 연구자들은 “시공간의 기하학적 구조 자체가 ‘양자 얽힘’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멜빈 봅슨(Melvin Vopson)은 정보가 물리적 질량을 가진다는 ‘질량-에너지-정보 등가 원리’를 주장하고 있다. 우주가 정보 시뮬레이션의 최적화 과정에 있을 수 있다는 급진적 해석인데,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시뮬레이션 가설’을 지지하고 있으니 우주의 실재를 해석하는 인간들의 사유가 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 할 만하다.
유발 하라리가 『호모 데우스(Homo Deus)』에서 정의한 ‘데이터교’의 관점도 있다. 첫째, 우주는 데이터의 흐름이다. 우주를 물질이나 에너지의 흐름이 아닌, 이해 가능하고 계산 가능한 ‘정보’의 흐름으로 파악한다. 둘째, 모든 생명은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유기체를 데이터를 처리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규정한다. 셋째, 인간은 알고리즘이다. 인간의 사유와 행동은 자유 의지가 아니라, 축적된 데이터와 패턴에 의해 결정되는 알고리즘의 결과물이라는 시각이다. 이 세 가지 관점은 김세영 시인의 세계관을 뒷받침한다. ‘데이터교’에는 인간이 거대한 데이터 처리 시스템의 부품으로 전락하여 소외되는 길과, 인간의 한계를 넘어 우주의 지적 질서에 완전히 통합되는 진화의 길이 있는데, 시집에 의하면 김세영 시인은 아마도 ‘진화의 길’을 상상하는 중일 것이다.
특이하게도 알려진 과학적 가설 외에 필자에게 당도한 남사침 창시자 정강우의 ‘전생 기억의 비밀, 의식줄기론’이라는 가설이 있다. 정보통신 회사 연구원 출신인 그는 몸의 고통 때문에 남사침을 창시하여 스스로를 치유하고 한의학과 의학을 종합한 후,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정보의 재조합”이라는 핵심 주장을 펼친다. 이는 기존의 종교적 윤회론이나 뇌과학적 환원주의를 넘어서는 독창적인 해석이다. ‘의식줄기(Stem)’는 영구적으로 보존되는 정보의 본체인데, 이 줄기에서 뻗어 나온 ‘일시적인 생애의 가지’인 육체가 시들어 떨어지면 그동안 쌓인 경험과 감정의 데이터는 다시 ‘줄기’로 흡수되며 에너지로서의 의식은 영구불변한다는 주장.
문학사적 맥락에서 『별빛의 화법』은 과학시(Science Poetry)의 전통에 위치한다.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부터 현대의 과학시에 이르기까지, 과학적 지식을 시적 언어로 변환하려는 시도는 지속되어 왔다. 시집의 평문에서 마리엘라 코르데로가 평가했듯이, 이 시집은 “태고의 갈망”—우주에 다가가 절대에 도달하고자 하는 인류의 원초적 욕망—을 드러낸다. 이 갈망은 특정 문화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 원형이다. “새로운 표현 형식의 선구자”로서 김세영은 “특정 장르로서의 우주시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제임스 웹’ 망원경의 관측에 따르면 가이아(Gaia) 지구는 138억 년의 시공간이 펼친 타임스케이프(Timescape) 속에서 ‘창백한 푸른 점’으로 숨 쉬고 있다. 문자 역사 이래 인류의 종교와 과학, 철학과 예술이 인간이 속한 이 세상을 연구하고 상상해 왔지만, 아직도 그 신비함을 모두 드러내지 못한 상태다. 우주의 신비를 대상으로 한 시집 『별빛의 화법』이 워낙 깊다 보니 필자가 쓰고 있는 서평도 어려운 용어와 가설들로 이어져 독자들의 수용 능력을 초과하고 있다는 걱정이 든다. 시집이나 시편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시편과 직접 만나는 일이다. 김세영 시인의 시적 사유를 잘 드러내고 있는 시 2편을 독자에게 추천하면서, 필자가 다 전하지 못한 시의 사유와 여운을 대신하고자 한다.
여명의 돔 위에 앉아있는
저 이글거리는 잔
겹겹이 쌓인 암흑물질1)을
홍염으로 태우고
거대한 빛을 뿜어올린다
창세를 열었던 입술,
오래된 약속의 지문이 묻어있는
눈부신 황금 성배聖杯!
저 잔 속에 무엇이 있을까?
백억 년의 암흑에너지 속에서
숙성한 신의 술일까?
저 금단의 술을 훔쳐 마시고
우주알의 껍질을 깨트리고 부화시키는
우주새의 혼이 불꽃으로 솟아 오른다
시공간에 흩뿌려진 별들, 혼불의 파동
팽창하는 별자리들, 이합집산의 문양들
출렁이는 은하의 파도,
쓰나미파2)로 몰려오는
우주의 종소리와 박동이
정수리 천문泉門의 수상돌기를 흔든다
은하의 원류를 찾아서
헬리오포즈3)를 벗어나는 보이저처럼
태양계를 벗어나는 혼령들의 환희
성간을 건너가는 혜성처럼
입자의 틀을 빠져나온 파동처럼
주파수 공명을 찾아서 합류하며
장대한 기파의 강이 흐른다
궁수자리 A*별4)의 중심부를 뚫고
물질 우주의 웜홀5)을 지나
화이트홀6) 너머로
오로라처럼 솟구쳐 나가서
영성 우주로 건너갈 거야
우주새의 전언傳言처럼
새로운 약속의 예언대로
거대한 기파의 공명, 끝없는 성간 울림
영성의 법열로 거듭날 수 있을 거야.
(시 「새로운 약속 新約」전문)
시 「새로운 약속 新約」의 주석:
1)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대부분은 26.8%를 차지하는 암흑물질이다. 보통의 물질은 4.9% 정도이고, 나머지 68.3%는 아직 정체를 모르는 ‘암흑 에너지’이다.
2) 성간(interstellar)에서 우주의 이온화 가스물질인 플라즈마가 종이 울리듯 진동하며 생기는 우주파.
3) 성간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강력한 우주선과 태양풍이 충돌하는 거품 영역의 가장자리에 있는 뜨겁고 두꺼운 플라스마 장벽.
4) 궁수자리 A*(에이 스타)는 우리 은하의 중심에 위치한 태양의 400만 배의 질량을 가진 초대형 블랙홀.
5)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우주 시공간의 구멍. 웜홀을 지나 성간 여행이나 은하 간 여행을 할 때, 짧은 시간에 우주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도달할 수 있다.
6) 블랙홀과 대척 관계. 우주 에너지를 방출하는, 이론적 가상의 특이점.
수상돌기1)에 붙어사는 환생의 뿌리혹들,
히드라2)처럼 다중의 생을 품고 살아
머리통을 옥죄는 데자뷰의 덩굴들
때때로 군발성 두통으로
불면의 덫에 갇힌다
그럴 때마다 별자리 속으로 가지 치는
굿바위 산의 당산나무 밑에 선다
바오밥 나무가 된 듯
머리카락이 신경다발처럼 곧추선다
북극성에서 방출한 혼령의 빛이
뇌회腦回3)의 레지스트리4)에 기생하는
악령을 제거하고 최적화시킨다
아득한 시공간 너머로부터
양자도약量子跳躍5)으로 다가온
새로운 생의 기파 마디들을
방전된 우주선을 공중 충전하듯
정수리 천문으로 주입시킨다
가끔씩,
새로운 아침에 일어나
낯선 듯한 거울 속의 모습을 보면서
타인 같은 나를 탈감작6)시킨다
아침 신문처럼 새로운
또 하루의 이야기를 써보자고
( 시 「거듭나기」 전문)
시 「거듭나기」의 주석:
1) 신경전달 물질을 받아들이는 신경세포 머리 부분의 돌기.
2)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머리가 여러 개인 괴물 뱀.
3) 대뇌의 표면에서 밭의 이랑이나 둑처럼 솟은 부분.
4) 윈도우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시스템 구성 정보를 저장한 데이터베이스.
5) 양자역학적으로 시공간을 초월한, 영성 파동의 비국소적 운동성.
6) 어떤 항원에 대하여 과민 상태에 있는 개체의 과민성을 없애는 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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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
우주음: 공명하는 기파들(Qi-waves)
- 김세영의 『별빛의 화법 Narration of Starlight』
변의수 (시인)
시가 과학이, 과학이 시가 될 수 있나? 김세영의 “별빛의 화법”에선 우문이다. 시의 입자와 과학의 메스가 시를 규정하고 구조화한다. 시인의 콴텀(quantum)이 눈을 뜨고 신의 편재함이 시학과 우주의 옷자락을 드러낸다.
시는 지상의 인간들에게 보낸 신의 최고의 선물이다. 어둠이 밝아오는 여명의 한 자락에 숨겨진, 시인의 우주 시학은 단지 기(氣)와 양자를 시적 이미지로 결합하고 과학적 시문학을 여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시인은 수사의 외피를 벗고 ‘시’의 순수한 색과 형상에 천착한다. 우주 시론이 지구라는 푸른 별에 또 하나의 시 세계를 채색하고 있다. 외로운 밤, 잠들지 못하는 고호의 붓질처럼, 노안의 두꺼운 렌즈를 들여다보며.
육탈한 입자와 우주파의 끝없는 너울거림, 비루한 생의 외피를 벗고, 밤하늘로 흩어지는 지적 유랑의 허무를 초탈한 기파(Qi-wave)의 뼛가루들, 어둠을 관통한 화이트홀의 어느 지점, 미세소관의 양자 중첩과 파탄이 시의 기파를 진동하게 한다. 시인이 신의 또 하나의 장막을 들추어내는 순간이다.
하나의 場(Field)을 연다는 건 또 하나 신의 세계를 드러낸다는 말이다. 아름답지 않으면 어느 것도 구조화될 수 없다. 김세영의 우주시는 주제적 생과 형식의 시문법이 비국소적(Non-local) 얽힘을 보여준다. 시공을 초월한 육신의 미분은 기파로 환원되고 물리적 구조의 기호들(Signs)은 은유의 자기장으로 우주알을 비춰낸다.
신은 여기에 있고 저기에 있지 않다. 시는 여기에 있고 저기에 있지 않다. 시는 하나이다. 서로가 다른 등불을 비춰들 뿐이다. “별빛의 화법”은 시의 문을 여는 또 하나의 열쇠를 연마해 내었다. 한글의 현묘함 속에 시인의 혼을 한 자의 허세 없이 그려내 보여준다. 시와 영혼의 코스모스이다. 그의 우주시에 보다 주목하는 이유이다.
한 자 버릴 것, 더할 것 없는 완전한 구조의 형상, 영성이 범용한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이루어낸 수작이다. 방향성 잃은 이 회의주의의 시대에 김세영은 영적 실험의 꿈을 열고 있다. 이것이 시작이요 끝이 아니길 빈다. 이제 문이 열리고 있음을 모두는 지켜보고 있다.
김백겸: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선집『커피와 사약』등과 시론집『시의 시뮬라크르와 실재(實在)라는 광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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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의수:
1991년 『먼 나라 추억의 도시』 이후 실험작업 몰두
2015년 『융합학문 상징학 (Symbology: Convergence Studies)』 발간
『상징학연구소 Symbology Institute』 창간·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