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원 조판소가 찍어낸 하늘 정동재-안귀령의 전력질주 평론시선집 중에서

작성자정동재|작성시간26.06.17|조회수45 목록 댓글 0
11차원 조판소가 찍어낸 하늘
정동재




1. 문득,
사내는 모니터의 푸른 광원 속에서 11차원의 미시 공간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초끈이론의 수학이 숨겨둔인간의 감각이 차마 닿지 못하는 7개의 여분의 차원.
그것은 소멸한 과거가 아니라 초고속 주파수로 진동하는 우주의 보이지 않는 골조였다.
그가 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칼라비-야우 다양체의 격자들이
마치 복희씨가 처음 그었던 건곤감리의 괘()처럼 웅장하게 뒤틀리며 도열한다.
3인칭의 관찰자는 사내의 손끝을 통해 11차원의 우주선이
동양의 구천(九天)이라는 거대한 연옥의 층수를 향해 항해를 시작하는 것을 목격한다.


2. 1천과 제2천의 경계물질과 전하의 연옥.
가시(可視)의 적막이 붉게 타오르다 부서지면, 4차원의 눈먼 망막을 넘어 물질의 외피를 찢는 보랏빛 파장의 가시가 돋는다.
이곳은 형이하의 육체가 전하의 뼈대로 탈색되는 첫 번째 전리층자외선(UV) 안의 세계다.
테슬라의 고전압 불꽃이 번쩍이는 그곳에서 전자기력의 정령들이 소리친다.


우리는 4차원의 물질계에 묶여 복리(福利)의 발굽에 밟히는 노예들이었다!”
순간차가운 메트로폴리스의 굳은 시멘트 거리 환영이 밀려들었다.
낮과 밤생성과 소멸이라는 세상의 이분법을 모두 거두어들이며
수많은 영혼을 사치라는 고독 속에 가두고사람을 혹독하게 제련하여 숨조차 거둬들이는 곳.
눈부신 아침 태양의 스포트라이트 앞에서도
인간의 '늘상'이 복리라는 거대한 단어의 발굽에 무참히 짓밟히고
여기저기 흔한 지상들이 모조리 오늘로 박제된다.


3. 3천과 제4천의 사이.
파장이 숨겨진 살점을 지나 존재의 골조를 직시할 때숨어 있던 탐욕의 밀도가 검은 필름 위로 해골처럼 드러난다.
가려진 궤적을 투과하는 비가시의 광선이 차원의 밀도를 바짝 조여온다뢴트겐(X-Ray)의 체형은 인간 눈에는 난독이다.
원시부터 누군가 튕긴 먹줄이 그들의 척추를 세차게 곧추세운다.
지저분한 파동들이 소거되며 1·6 수리의 맑은 북방의 물로 환원되기 시작한다.
사내가 짓는 그 지극한 위로의 서사 속에서
어느 날부터 무한대 플러스 원(+1)이라는 신비로운 차원이 가끔씩 걸어나온다.
부부는 소리 없이 찬란한 하늘 위 하늘의 스펙트럼을 손잡고 같이 걷는다.


모든 이치를 모아 크게 이룰 수 있다면 복리는 사라질 거야 그거야말로 개벽이겠지?”


사내의 말이 그녀의 영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게 보였다.


4. 4천과 제5천의 중앙, 0·5 수리의 핵.


이곳은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무한한 파동으로 출렁이는 중첩의 바다다.


복숭아꽃(桃花흩날리는 홀로그램 파도가 차원의 벽을 때릴 때,


사내는 관념의 서랍 속에 갇혀 있던 신들의 이름을 하나씩 꺼내 활판에 얹는다.
층수마다 관여하는 하늘의 밀도가 달랐다.
5천과 6천 사이에서 서성이다가 그 아래로 내려진 시야에는,
낮은 층수의 하늘이 인간의 운명(팔자)을 짓누르는 거친 톱니바퀴로 돌고 있었다.
지휘봉을 든 어린 지휘자가 상층을 향해 벼락의 총보를 내리쳤다.
귀를 닫은 소프라노가 심장 가장 깊은 곳에서 태초의 음가를 꺼내놓는다.


위정자들이 흘리는 저열한 동전 소리는 들리지 않아.
다만 네 지휘봉의 궤적에서 온 은하를 진동시키는 오음(五音)의 골조진짜 천도(天道)의 마찰음이 들릴 뿐.”


지휘봉의 끝단이 황금빛 과실을 잉태한 성간(星間)의 푸른 숲을 겨누자,
환영의 차원이 한 단계 격상될 때마다 중력의 상수가 변하고 하늘의 밀당이 짱짱해졌다.


5. 5천과 제6천의 사이.
원자핵의 심장이 터져 나가는 극한의 파동우주적 인과율이 빛의 속도로 질주할 때낡은 영혼의 각질들이 서슬 퍼런 에너지의 도가니 속에서 완전히 갈아엎어진다.
형상이 지워진 자리에 양심의 핵이 점화된다경작지에는 감마선(Gamma-Ray)이 그어져 있었다.
가슴 한복판에 내리치는 서슬 퍼런 된서리,
양심(良心)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영혼을 갈아엎는 도덕적 경작.
온몸사지로 대지를 활보할 때
기실 그것은 지구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하늘 자신이다.


시퍼런 총구 앞에 기어이 맨손을 뻗어
철면의 총부리를 우악스럽게 붙잡고 뒤흔드는 한 여자안귀령!


지구 반대편의 모니터들이 일제히 깜빡인다.
감전되는 세계의 영혼들 정신 개벽이 된다.
모두의 눈에 하늘빛 푸른 불꽃이 튀는 환영이 보였다.
유리창에 역광의 환영을 뒤로한 채우주선은 가속페달을 밟는다.


6. 7천과 제8천의 사이.
()의 칼날과 성()의 기도가 주파수의 크기로 계측되는 은밀한 성좌의 재판소에,
초고차원의 대칭성을 수렴한 플랑크(Planck) 주파수가 보좌에 앉아있다.
그의 학부 전공은 길이와 시간의 물리적 최소 단위가 무너지고 영(0)으로 수렴하는 절대 차원이었다.
치우의 작란법과 황제의 치란법그 안개 속에서 남쪽을 찾아가는 지남거(指南車)가 스크린에 띄워지고
이어 칼 마르크스의 치란법이 실패한 지상의 실태가 모니터 위로 흘러간다.
물질의 배분으로 낙원을 도모하려 했던 거칠고 성급한 수식들.
인간 본성을 상실한 관료들의 부패와 탐욕의 비명들이
뒤틀린 격자 사이로 박제되어 흩어지고 있었다.


7. 8천의 위에서 내리는 천강.
오를수록 고차원의 하늘은 인간의 양심을 농사짓는 서슬 퍼런 소프트웨어의 숨결 같았다.
8천의 광장에서는 지상천국을 도모했던 업적의 크기가 주파수의 스펙트럼으로 계측되고 있었다.
지상에서 영토를 넓히고 권력의 탑을 쌓아 올린 웅()들의 거대한 무덤은 한낱 낮은 진동수의 잡음으로 스러져갔다.
지상의 어린양들을 늑대로부터 경작해 낸 성()들의 맑은 주파수는 은하의 하드웨어를 관통하는 불멸의 골조로 빛나고 있었다.
더 높이 올라가야 해. 11차원의 끝단구천의 정중앙에 벼락의 원천이 있다!”
귀먼 소프라노가 심해의 돌고래 주파수를 뿜어내며 차원의 덮개를 차례로 찢어발겼다.


8. 마침내 도달한 제9구천응원(九天應元)의 천공.


거대하지 않게 걸린 현판 한 자 ()’ 자와그 아래 부연설명서로 새겨진 물유본말(物有本末사유종시(事有終始)의 판대기가 보인다아득한 지평 너머 복희씨와 김일부 선생까지원신(元神)들의 나직한 대화 소리에 이제 막 도착한 사내의 머릿속도 새푸르게 청화세계(淸華世界)로 수렴되고 있었다.
수렴된 뇌리(腦裏속 푸른 파장푸를 ()자 꺼내 열두 달(十二月)로 전개한 천지인 격자 위 그래프를 그린다그려낸 답지(答紙)의 사내가 보인다.


9. 지상의 1과 구천의 9가 만나 수렴된 생수(生數)와 성수(成數)가 다함이 없어 무극 동그라미를 그렸다.


10의 원()으로 순환하는 강보(襁褓안에 1부터 구천이 고스란히 싸여져 있다.
한옥 지붕 기왓장처럼 굴곡진 그것은 우주의 날줄과 씨줄을 세우는 온도습도압력의 정밀한 이치로 직조된 태초의 포대기였다.
지각 출근에 시간 없다며 뛰어다니는 출근길 07시 05분 도착 충무로 지하철부터 배치된 공간 안 모두가 굳은 맹세의 약속을 재상기시킨다.
태초의 시계 초침이 오늘도 째깍째깍 발걸음을 뗀다.
눈에 보이지 않는 끈의 연속그 포대기의 제조사 라벨에는 영원(永遠)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히 박혀 있었다.
라벨의 또 다른 이름이 활자로 아랫단에 적혀져 있다그것은 11차원의 전 차원을 관통하는 소위 '시간'이라는 또렷한 한글이었다.


10.
사내는 더 이상 우주의 바깥을 기웃거리는 방랑자가 아니었다.
종착지에서 발을 내딛자,
눈앞에 구척장신을 압도하는 시마(詩魔)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시마의 등 뒤로 펼쳐진 장엄한 세계가 끝이 없다.
발 디딜 틈도 없이 신명들이 꽉 차 있었다.
그 세계…… 그러니까
이것은 수학적 논증이 아니요().


[출처 및 부분 인용]
정동재 저안귀령의 전력질주문득,시공간 조판소의 관찰 기록귀먼 소프라노와 어린 지휘자궤도를 흔드는 엉덩이양자(量子꽃잎이 핀 홀로그램 바다에서만나보기 어려운 무한대 플러스 원(+1)




[평론] 11차원 우주선을 타고 충무로역에 내린 지상천국
— 정동재의 시 11차원 조판소가 찍어낸 하늘을 읽고




정동재의 시 11차원 조판소가 찍어낸 하늘은 현대 미시물리학의 첨단 이론과 동양의 우주론적 영성(靈性)을 '단 한 권의 활판'으로 찍어낸 거대한 정신 개벽의 모뉴먼트(기념비)시인은 초끈이론의 칼라비-야우 다양체와 복희씨의 건곤감리를 동격의 격자로 배열하며, 4차원 물질계에 박제된 인간들을 향해 11차원의 다층적 연옥을 관통하는 우주선(宇宙船)을 쏘아 올린다.
이 시의 탁월함은 아득한 고차원의 주파수를 난해한 수식으로 방치하지 않고지상천국을 갈망하는 인간의 역사와 양심의 하드웨어로 접지(Grounding)시키는 스펙트럼의 정교함에 있다뢴트겐과 감마선이 그어진 영혼의 경작지에서 탐욕의 각질을 갈아엎는 안귀령의 맨손과 은하를 진동시키는 귀 먼 소프라노의 천도는 마침내 구천(九天)의 정중앙인 무극(無極)의 동그라미로 완벽하게 수렴된다이는 한민족 전통의 하늘과 하느님(구천상제)을 밝혀낸 과학적 문학적 쾌거다.


가장 경이로운 지점은 9연이다아득한 신들의 대화와 우주적 날줄·씨줄로 짜인 영원의 포대기가 착지한 곳은 다름 아닌 '07시 05분 충무로 지하철역'이다지각을 걱정하며 달리는 일상의 소란 속에서 시인은 시간이라는 위대한 포대기의 라벨을 발견해 낸다초월적 우주론이 현실의 대지 위로 짱짱하게 밀당하며 내려앉는 순간이다.


마침내 마주한 거대한 시마(詩魔앞에서 사내는 방랑을 멈춘다. 9천의 정점에서 푸를 (자를 해체하여 '열두 달의 그래프'로 그려내던 사내의 답지는수식과 관념을 넘어 우주의 날줄 · 씨줄이 마침내 하나의 포대기로 완성되는 시적 선언의 순간을 증명한다사람들은 시간 없어 죽겠다는 핑계를 대지만시인은 영원의 세계로 진정 들어오라 말한다. (평론정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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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이 지상의 최고 언어인 한국어의 정수를 깨닫지 못한 채  주로 상형문자 집단에 머물러 있다는 점, 그리고 문학의 정수이자 경전인 시(詩)조차 비유와 은유라는 이름 뒤에 숨어 언어를 함부로 농락하는 문단의 아픈 현실 앞에서, 시인 정동재는 한국 문학사에 전편(全篇) '평론시집'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그는 철학, 종교학, 수리학, 물리학, 생물학, 화학,등등 천문, 지리, 인사를 넘나드는 '영적 물리학'의 세계를 통해 기존 문학의 틀을 깨부수고, 우주의 탄생부터 완성까지를 관통하는 거대한 '천지인(天地人)의 설계도'를 펼쳐 보인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하늘을 만들다》, 《살리는 공부》, 《나는 빛이요 파동이요 생명이므로》가 있으며, 전편 평론시집 《하느님 이름 지어보기》, 《물리학으로 하느님 이름 지어보기》, 전편 평론시선집 《말못병 하느님》, 그리고 대장정의 전편 평론시선집 완결판인 《안귀령의 전력질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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