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주 동시집 『우리들의 오페라 하우스』 추천글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6.06.18|조회수3 목록 댓글 0

서로의 마음이 되어 주는 집

 

  양선주 시인의 첫 동시집 『우리들의 오페라 하우스』는 다양한 몸과 마음을 지닌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우리들의 일상을 따뜻하게 담아낸 작품집이다. 이 동시집에는 몸이 불편한 어린 친구들의 소소한 하루와 가족의 풍경, 친구와의 우정, 사랑과 이별, 상처와 성장의 순간들을 담담하게 보여 준다. 장애는 이 시집에서 존재를 규정하는 굴레가 아니라 세상과 관계 맺고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조건으로 자리한다.

 

  동시집의 중심에는 혁준이를 비롯한 여러 아이가 있다. 표제작 「우리들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혁준이는 치료의 대상이 아닌 음악을 사랑하는 한 아이로 등장한다. 자동차가 가득한 지하주차장은 혁준이의 상상 속에서 근사한 오페라 극장이 되고, 아이의 귓속에는 언제나 음악이 흐른다. 시인은 아이를 결핍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은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세계를 길어 올리는 존재로 그려낸다. 혁준이의 세계는 보호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우주가 된다.

 

  이러한 시선은 시집 전체를 관통한다. 「거리 인사」에서 뒤틀린 얼굴과 몸짓은 꽃과 나비, 나무의 이미지로 변하고, 「휠체어의 하루」에서 휠체어는 아이의 삶을 지탱하고 움직임을 담아내는 하나의 집으로 재탄생한다. 「정상에 올라」의 은수는 귀와 손으로 산을 오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을을 만난다. 아이들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각자의 감각과 언어로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며 삶을 살아가는 주체로 등장한다.

 

  무엇보다 이 시집이 소중한 이유는 장애를 이야기하면서도 슬픔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혁준이는 날마다 프러포즈」의 익살스러운 웃음, 「도넛의 탄생」에 깃든 유쾌한 상상력, 「먹보, 내 동생」의 재치 있는 대화는 아이들 특유의 생기와 장난기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사랑에 빠지고 친구를 그리워하며 엉뚱한 상상을 한다. 시인은 이 당연하고도 아름다운 사실을 따뜻한 언어로 되살려낸다.

 

  한편 시집 곳곳에는 가족을 향한 깊은 애정과 상실의 기억이 스며 있다. 특히 아버지의 부재를 다룬 「눈물이 많이 컸어요」, 「그때 잘 할 걸」, 「작별 인사」 등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아이의 마음을 담담하게 어루만진다. 이때 아이가 겪는 몸의 고통과 마음의 상실감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결로 만난다. 시집은 몸의 아픔과 마음의 슬픔이 서로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경험임을 조용히 들려준다. 그래서 이 작품들은 장애를 다룬 시를 넘어 상실과 성장에 관한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된다.

 

  이 동시집에 대한 최승호 시인의 추천사는 이 시집의 정서를 정확하게 짚어낸다.

 

  “슬픔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언어들이 있다. 본능적으로 어머니의 강을 향하는 연어들처럼.”

 

  최승호 시인이 말한 ‘슬픔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언어’는 이 시집의 여러 장면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양선주 시인의 언어는 슬픔에 머물지 않는다. 상처를 지나 웃음으로, 외로움을 지나 우정으로, 아픔을 지나 희망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우리들의 오페라 하우스』의 무대에는 눈물만이 아니라 웃음과 노래도 함께 울린다. 아이들이 마주한 현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비극이라는 틀 안에 가두지 않는 태도는 이 시집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이다.

 

  또한 이 동시집은 시인과 그림 작가 김재환 학생의 협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그림을 맡은 김재환 학생 역시 몸이 조금 불편하다. 그래서 자신의 삶과 감각을 바탕으로 작품에 참여했다. 이 동시집은 장애를 외부에서 관찰하거나 재현한 결과물이 아니다. 시와 그림은 서로의 세계를 비추며 아이들의 경험과 상상력을 더욱 풍성하게 확장한다. 문학과 그림이 만나 완성한 이 책은 다양한 삶의 목소리가 함께 어우러질 때 예술이 얼마나 깊고 넓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우리들의 오페라 하우스』는 결국 ‘우리’에 대한 이야기다. 몸이 아픈 아이, 마음이 외로운 아이, 친구를 그리워하는 아이, 사랑하는 이를 잃은 아이가 서로의 곁에 서는 순간 우리는 더 넓은 공동체가 된다. 시인의 말처럼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된다. 이 동시집은 그 과정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일인지를 보여 준다.

 

  『우리들의 오페라 하우스』는 장애를 이야기하는 동시집이기 전에 서로의 삶을 향해 귀 기울이는 동시집이다. 이 책 속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목소리로 노래하지만 그 노래는 결국 하나의 합창이 된다. 울음과 웃음이 함께 울리는 자리, 서로의 차이가 외로움이 되지 않는 자리, 아픔마저 서로를 이해하는 언어가 되는 자리. 양선주 시인의 동시는 바로 그곳을 ‘우리들의 오페라 하우스’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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